본문 바로가기

이런 저런 이야기/셀프단열공사 후기

셀프 단열공사 #1 - 결로 곰팡이와의 전쟁

 

 

얼마전 셀프로 단열공사를 끝냈다.

그리고 올해 최고로 춥다는 어제 오늘, 단열공사로 인한 경이로운 변화에 놀라고 있다✩

셀프로 고생했다고 내 머리 토닥이고 싶고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변화가 눈부시다 ㅋㅋㅋ

 

 

우리집은 오래된 빌라인데 내 방만 외벽을 끼고 있는지라 지독시리 추웠다.

창문쪽에서 들어오는 바람과 찬기가 엄청났고, 그렇다보니 겨울마다 여러가지 난방용품을 설치했었다.

 

창문엔 문풍지, 뽁뽁이, 지퍼형 방풍비닐. 

책상에는 풋워머와 전기방석.

침대에는 전기요와 난방텐트가 자리했다.

 

 

단열이 안되다보니 난방용품이 설치된 곳마다 결로현상으로 물이 맺혔는데, 물이 맺히면 뭐도 따라온다?

그렇다, 곰팡이 ㅡㅡ

 

이 썩을 곰팡이가 텐트에도, 창문쪽 커튼에도 생겼다.

가장 문제는 창문이 있는 외벽의 모퉁이 천장에서 시작되서 벽을 타고 번지는 곰팡이였다.

 

그렇다보니 한겨울에 창문을 활짝 열고 곰팡이제거제를 바르곤 했는데 이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침대 밀어내고... 비닐로 커버하고.... 

락스계열이라 하루종일 환기를 시켜야하니 방에는 추워서 들어가지도 못한다.

 

 

11월 초중반까지만 해도 올 겨울도 이렇겠지~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때 공사의 계기가 된 작은 사건이 터진다.

바로 결로로 물기를 머금은 벽지가 무게를 못이기고 찢어진 것이다. 11월이 뭐 춥다고 벌써?!

 

어이 없어하며 벽지 속을 들여다봤다가 진짜 깜~~~~~~~짝 놀랐다.

 

 

벽지 속의 곰팡이 이미지
벽지 속의 곰팡이-_-

 

난 항상 추위가 심해지면 곰팡이가 생긴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상은 곰팡이는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다 ㅠㅠㅠㅠㅠㅠ

그저 많이 추워지면 급증해서 벽지 위로 나타났던 것이었다.

 

모르곤 살아도 알면서 살 수는 없기에 급히 해결책을 찾아보니 답은 오직 "단열시공" 뿐이었다.

그래서 견적을 내보니...... 비싸다 ^_^

 

그 와중에 셀프로 훌륭히 해내신 분들의 후기를 발견할 수 있었고, 나도 셀프로 시공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가족들은 일 벌려놓고 감당못해서 업체부를 각이라며 절대 반대했었는데 ㅋㅋㅋㅋ

 

 

사실 난 키 작고 마른 편인 여성에다 뼈, 근육관련 난치병을 앓고 있고 체력은 초저질이다.

심지어 단열공사를 결심한 당시에는 컨디션이 나빠 집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다닐 때가 많았고, 인테리어라곤 페인트 뚜껑 한번 따본 적이 없었다.

이런 사람이 셀프로 단열공사를 한다고 하면 나같아도 말리지, 암.

 

그렇지만 해냈다!

 

제목에 '우당탕탕'이 붙을 만큼 과정은 험난했고, 전문가가 보면 어설프기 짝이 없을 지언정 결과는 아름답다.

 

지금 내 방엔 난방텐트도, 풋워머도, 전기방석도 없고, 방풍비닐도 뽁뽁이도 없다. (그래도 뽁뽁이는 붙일 예정)

올해 최고로 춥다는 어제 오늘 아직 전기요를 켜지도 않았다.

그리고 낮엔 소매없는 나시도 입고 다닌다. 미친 감동이야 ㅠㅠ 

결로가 생기던 창문과 물기를 머금던 벽은 뽀송뽀송✩

 

이정도면 셀프로 단열공사 할만하지 않습니까아~~~~

 

셀프 단열시공을 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나도 해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했다는 건 누구라도 다 할 수 있다는 것 ^^

 

 

다만..................... 난 남들 1~2주 걸릴 걸 한달간 했다 -_-;;;;

 

하루에 몇 시간 일하고 다음날 드러눕고의 반복. 

진통제를 추가로 먹고도 아파서 잠 못자고 울었던 날도 많다.

나중엔 시간이 너무 지체되서 진통제를 추가로 먹고 고장난 몸을 억지로 움직여가며 일했다. 

 

사실 아빠가 많이 도와주려고 했었는데 그때마다 내가 거절했다.

진통제를 추가로 먹으면서도 전~부 다 내가 할 거라 그랬다. 

 

당시 좀 좌절하고 있을 때라 좌절감을 성취감으로 극복하고 싶어서였는데, 이런 욕심에 부모님을 좀 고생시키긴 했지만 성취감은 정말 듬뿍 느꼈다.

자신감도 많이 되찾은 것 같다.

얼굴도 안보이는 인터넷에서 성심성의껏 조언해주신 분들의 은혜를 잊지않으리 ㅠㅠ

 

 

결로 곰팡이제거를 위한 단열공사였지만 내겐 꽤 인생에 의미있는 경험이기도 했기에 모든 과정을 후기로 남길 예정이다.

그럼 다음 포스팅은 본격적으로 벽지제거 과정부터 시이~작!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