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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감상들/도서

델리아 오언스『가재가 노래하는 곳』

 

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 표지
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신인작가의 데뷔작이 무려 7개월이 넘도록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와 아마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바로 그 책,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평생을 동물의 생태를 연구한 70세의 과학자의 첫 소설 데뷔작이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그 연구 성과로 책을 엮어 유수의 상을 휩쓴 과학자의 소설 데뷔작이란 점이 흥미로운데 이 책에는 그런 작가의 특색이 잘 나타나 있다.

 

작가는 이 책이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에 대한 정서가 가득했다.

 

그래서 우울하고 고독한 이야기냐고? 아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인간의 외로움과 고독을 다룰 뿐 아니라 한 소녀의 마음 시리고 따뜻한 성장 소설이기도 하며 가슴 저미는 러브스토리이기도 하고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다루는 법정 스릴러이기도 하다.

이런 여러 장르가 황금비율로 배분되어 엄청난 흡입력을 가지고 읽는 이에게 순수하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준다.

 

 

책 소개에 보면 이 책을 발굴한 리즈 위더스푼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길 바랐다는 문장이 있다.

나도 그랬다. 읽으면서 중간중간 얼마나 남았는지 남은 페이지를 체크하고 충분한 양이 남아있으면 안심하길 반복하면서 읽었다.

 

 

문장마다 아름답고 아린 정서가 배어있다.

생생한 묘사에 눈 앞에 습지가 펼쳐졌다. 

 

어린 카야의 가족 이야기에선 슬펐고, 살기 위해 바둥거리는 어린 카야가 안쓰러웠고, 그런 카야를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에서 환멸을 느꼈으며, 차별이 뭔지를 아는 '깜둥이' 점핑과 그 아내에게서야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를 걸었다 버림을 받고, 또 사랑을 주고 배신을 당하며 마음의 문을 닫고 홀로서기를 하는 카야에게 그래도 마음을 열라는 조디와의 대화에서는 인간관계에 대해, 법정 씬에서는 차별과 편견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태풍이 지나간 후처럼 이야기가 휘몰아치다 잔잔해졌을 때쯤, 읽다가 마음을 놓고 이 책을 보낼 준비를 할 때쯤에 반전이 드러났다. 하.. 하...

 

말 그대로 이야기의 재미에 쏙 빠지는 책이다. 마지막 반전까지 완벽하다.

아직 해가 지나가려면 몇 달이 남았지만 내게 올해 최고의 책이 될 것 같다.

 

영화화가 확정됐다는데 배역은 누가 맡을지, 이 아름다운 책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리즈 위더스푼과 델리아 오언스 / 델리아 오언스 홈페이지
리즈 위더스푼과 델리아 오언스 / 델리아 오언스 홈페이지

 

 

상상력은 깊디깊은 외로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달이 흘렀다. 남부의 겨울은 온화하게 다가와 슬며시 눌러앉는다. 담요처럼 포근한 햇살이 카야의 어깨를 감싸고 점점 더 깊은 습지로 유혹했다. 가끔 알 수 없는 밤의 소리가 들려오고 코앞에서 내리꽂힌 번개에 소스라쳐 놀랄 때도 있었지만, 카야가 비틀거리면 언제나 습지의 땅이 붙잡아주었다.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때가 오자 심장의 아픔이 모래에 스며드는 바닷물처럼 스르르 스며들었다.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더 깊은 데로 파고들었다.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카야, 넌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어. 까막눈이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야.”
“그게 다가 아니야.” 카야의 말은 속삭임에 가까웠다. “단어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품을 수 있는지 몰랐어. 문장이 이렇게 충만한 건지 몰랐어.”
카야가 비틀거리면 언제나 습지의 땅이 붙잡아주었다. 콕 짚어 말할 수 없는 때가 오자 심장의 아픔이 모래에 스며드는 바닷물처럼 스르르 스며들었다.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더 깊은 데로 파고들었다.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억지로라도 그 바닷가는 피하고 습지에서만 새 둥지와 깃털을 찾으려 했다. 안전하게 몸을 사리고, 갈매기 먹이를 주고. 삶을 살아가며 보관할 수 있는 크기로 감정을 잘게 자르는 데는 도가 텄다.
예측 가능한 올챙이들의 순환고리와 반딧불이의 춤 속으로 돌아온 카야는 언어가 없는 야생의 세계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한창 냇물을 건너는데 발밑에서 허망하게 쑥 빠져버리는 징검돌처럼 누구도 못 믿을 세상에서 자연만큼은 한결같았다.
여기에는 윤리적 심판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악의 희롱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다른 참가자들의 목숨을 희생시켜 그 대가로 힘차게 지속되는 생명이 있을 뿐이다. 생물학에서 옳고 그름이란, 같은 색채를 다른 불빛에 비추어보는 일이다.
그 후로 책을 아주 많이 읽었어. 대자연에, 저기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서는 이렇게 잔인무도해 보이는 행위 덕분에 실제로 어미가 평생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를 늘리고, 힘들 때 새끼를 버리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져. 그렇게 계속 끝없이 이어지는 거야. 인간도 그래. 지금 우리한테 가혹해 보이는 일 덕분에 늪에 살던 태초의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을 거야. 아직도 우리는 그런 유전자의 본능을 갖고 있어서 특정한 상황이 닥치면 발현되지. 우리의 일부는 언제까지나 과거의 그 모습 그대로일 거야. 생존하기 위해 해야만 했던 일들, 까마득하게 오랜 옛날에도 말이야.

- 『가재가 노래하는 곳』 줄거리 및 결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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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마을의 인기스타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발견되며 시작된다.

시체는 백인마을 바클리코브 옆에 있는 소방망루 아래에서 발견돼 추락사로 예상되지만 어떠한 지문도, 발자국 같은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심지어 체이스의 흔적조차도.

 

체이스 앤드루스가 언제나 목에 걸고 다니던 조개 목걸이가 사라졌다는 증언을 듣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늪지 쓰레기인 마시 걸의 짓이라고 여겼다.

마시걸이란 백인마을 바클리코브가 끼고 있는 늪지 속의 판잣집에서 살고 있는 카야를 일컫는 말이었다.

 

카야는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엄마부터 마지막 오빠 조디까지, 모두가 판잣집에 카야만 남기고 떠났다.

아빠와 단 둘이 잠시 좋았던 때도 있었지만 곧 아빠도 사라져 돌아오지 않고 10살의 카야는 그렇게 혼자 습지에 남겨졌다.

 

어린 카야를 돌봐주는 사람은 없었다.

카야는 7살에 보육교사의 손에 끌려 학교에 처음 갔을 때는 아이들의 놀림을 받아 그 뒤로 학교를 가지 않았다.

클리코브의 백인 마을에 뭔가를 사러 가면 늪지 쓰레기라고 손가락질을 해서 그 뒤로 바클리코브로 가지 않았다.

 

카야는 오직 습지와 바다에 의지해 자랐다.

오직 차별과 편견이 어떤 것인지 아는 흑인 점핑 부부만이 카야를 가엾게 여겨 여러 가지를 챙겨주며 돌봐줬다.

카야는 새벽에 딴 홍합을 점핑의 가게에 팔며 살아갔다.

 

14살이 된 카야는 여전히 혼자 살며 인기척이 나면 사람을 피해 숨었다.

취미로 깃털과 조개껍질, 새 둥지 같은 것을 채집하는 카야에게 어느 날 자신보다 몇 살 많아 보이는 소년이 귀한 깃털을 카야가 볼 수 있는 등걸에 선물로 두고 갔다.

 

그 소년은 4살 많은 테이트, 오빠 조디의 친구였다.

 

습지의 생태계 일원이나 마찬가지인 야생소녀 카야와 새를 좋아하는 테이트는 금방 친해졌고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줬다. 카야는 테이트가 주는 과학서적을 읽으며 생태계에 대해 엄청난 지식을 쌓았다. 

둘은 서로를 사랑에 빠졌고 카야는 처음으로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다. 

 

하지만 테이트가 대학을 가면서 카야는 버려졌고 카야는 다시는 마음을 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지독한 외로움에 마을의 인기 있는 청년 체이스에게 끌리게 된다.

 

카야의 마음을 두드리는 체이스에게 카야는 조개 목걸이를 만들어 선물했고 체이스는 언제나 그 목걸이를 했다.

하지만 체이스는 다른 여자와 약혼을 했고 카야는 자신이 그저 잠자리 상대였음을 알게 된다.

 

테이트는 카야를 잊지 못해 카야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습지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어 카야만 허락한다면 결혼해서 카야가 습지 밖으로 안 나와도 되게끔 자신이 습지로 들어가 함께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상처를 받을까 봐 카야는 테이트를 밀어냈고, 테이트는 자신이 없는 동안 카야가 수집해놓은 수많은 깃털과 조개 등 습지의 표본들을 보고 과학자의 눈으로 그 가치를 깨닫는다.

 

그렇게 테이트의 도움으로 카야의 첫 번째 책 『동부 연안의 바닷조개』가 출판된다. 이로서 더 이상 카야는 홍합을 따서 팔지 않아도 됐고 삶이 넉넉해졌다.

카야는 곧이어 두 번째 저서 『동부 해안의 새들』도 출간됐다.

 

다음 책을 준비하기 위해 버섯 표본을 채취하러 가다가 우연히 체이스를 만났고 카야는 성폭행의 위험에서 간신히 벗어난다. 그 뒤로 판잣집에서도 습지에서도 카야는 체이스가 자신을 찾아올까 두려워 늘 경계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의 편집자가 카야를 초대해서 카야는 생전 처음으로 홀로 버스를 타고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카야가 습지에 없던 그날 밤, 체이스가 죽었다.

 

체이스의 옷에서 붉은 털실이 발견되고 같은 털실의 모자가 카야의 판잣집에서 발견되면서 카야는 체포된다.

그동안 보안관을 따돌렸던 죄로 보석이 아닌 구치소에 갇혔고 자연이라곤 없는 없는 곳에서 카야는 힘들어한다.

 

법정에서는 계속 검사와 변호사의 대치가 이어지고 카야에게 안 좋은 증언들이 쏟아진다.

마지막으로 변호사는 마을의 배심원들에게 돌봐야 할 어린아이였던 카야에게 늪지 쓰레기라는 딱지를 붙이고 소외시켰음을 일침 하며 마지막으로 편견 없이 사건을 들여봐 달라고 배심원들에게 호소한다.

 

그리고 배심원들은 카야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카야의 사람들에게 가졌던 일말의 기대는 재판 이후 사라졌다.

하지만 테이트에게는 다시 마음을 열고 테이트와 함께 판잣집에서 함께 사랑하며 살아간다.

둘은 아이를 원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그랬음에도 둘은 행복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바클리코브의 관광 상점에는 매장마다 카야의 책들이 전시돼 있었다.

 

예순여섯이 된 카야는 어느 날 표본을 채취하러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고 테이트는 보트 위에서 숨을 거둔 카야를 발견한다. 믿기지 않게도 모든 마을 사람들이 카야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날 밤늦은 시각, 테이트는 판잣집의 화덕 근처 바닥에서 카야의 비밀공간을 발견한다.

그곳에는 그동안 카야가 어맨다 해밀턴이라는 가명으로 지역신문에 투고했던 시 뭉치와 함께 특별히 따로 보관된 시가 있었다.

 

따로 보관된 시에는 카야가 체이스를 죽였음을 의미하고 있었고, 놀란 테이트가 옆의 작은 상자를 열자 그 속에는 체이스의 잃어버린 조개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테이트는 모든 시와 목걸이의 가죽끈을 태우고 조개껍데기를 바닷가 모래밭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파도가 조개껍데기를 쓸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카야가 없는 판잣집으로 다시 돌아가며 끝난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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