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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감상들/도서

올해 7월까지 읽은 책들 간단리뷰 (38권 중 30권) #1

 

 

 

올해 초, 대차게 독서 100권이라는 목표를 세웠었는데 중간 성적을 보니 참으로 비루하다.

그나마 1권도 안 읽은 달이 없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딱 1권 읽은 달이 있음;;

 

지금까지 38권을 읽었으니 어디 보자, 목표를 채우려면 적어도 매달 12권 이상을 읽어야 한다.

미친 듯이 달리면 가능도 하겠지만 질보다 양을 쫓아서야 진정한 독서라고 할 수 없지.

아무렴! 그러므로 쉽게 목표는 포기하는 걸로... 😅

 

대신 남은 기간 동안엔 또 중간 독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쪽으로 변경해야겠다.

그럼 반성 겸 정리의 중간점검을 시작해보자.

 

 

 


 

 

 

1. 올가 토카르축 『태고의 시간들』  ★★★★★

 

 

이건 따로 리뷰를 썼었는데 그만큼 새해의 첫 책을 좋은 책으로 시작해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시작은 술술 읽히지만 뒤로 가면서 해석이 모호해지는 챕터들이 등장하면서 난해하기도 했다.
아무튼, 심오하면서도 환상적이고 신화 같으면서도 역사가 담겨있는 인류의 이야기로 추천함.
 

올가 토카르축 『태고의 시간들』

2018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을 읽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다 내 취향에 맞을 리는 없기에 처음 출판됐을 때 미리보기로 살짝 들여다봤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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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원석 『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 ★★★★

 

 

먼저 서평의 정의, 좋은 서평에 대한 설명을 쭈욱 한 다음, 마지막 챕터에 와서야 서평 쓰는 법이 나온다.
어쩌다 보니 하이라이트를 너무 많이 해서 독서노트만 읽어봐도 재독 가능할 듯.
서평의 정의를 독후감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보다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이더라.

 

 

 

 

3.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다양한 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 올리버 색스의 논픽션 글이다.
환자들의 뒤바뀐 삶과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하고 단지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닌, 환자의 마음과 삶의 레벨을 올려주려는 노력의 진심이 느껴져서 존경스러웠다.
실제로도 이런 의사들이 많다면 많은 환자들이 덜 고통스러울 텐데...
섬유근육통 환우회 카페에서 많은 환자들이 겪은 의사와의 에피소드가 생각나 씁쓸해지기도 했다.

 

 

 

 

4. 토레 D. 한젠 『어느 독일인의 삶』  ★★★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느낌이다.
나치의 심장부인 괴벨스 밑에서 비서로 일했던 어느 독일인의 삶을 통해 현재 사회의 위태로움과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보통은 일대기를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은 분량이 적은데 반해 이 책은 독일인의 삶을 통해 말하고자 한 메시지의 분량이 많아서 좋았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되어 위기감이 들고 두렵기까지 한다.

 

 

 

 

5. 프레드 울만 『동급생』

 

 

유대인 소년과 독일 소년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라는 것과 마지막 한 줄의 반전에 대해 익히 들어와서 굉장히 기대하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훨씬 좋았고 감동 어린 소설이었다.

한스와 콘라딘의 우정과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특징과 아름다움, 한스 아버지의 애국심, 콘라딘의 편지에 대한 둘의 감정 등을 담담한 문체로 그리는데도 깊이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성인이 되고도 독일에 대한 트라우마와 상처에 괴로워하는 한스에게 온 편지의 마지막 한 줄의 울림이란...
예상과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도 그 한 줄에 가슴이 미어졌다.

감동과 깊은 여운을 주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천! 심지어 중편이라 짧다.

 

 

 

 

 

 

6. 소피아 룬드베리 『도리스의 빨간 수첩』 

 

 

누군가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독서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도리스 할머니의 세계 반을 누빈 우여곡절 많은 인생의 기억을 나눠 받은 것도 좋았지만, 이별을 준비하는 하나의 방법을 배우게 된 점도 좋았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나이 든 노인의 몸상태에 대한 이해였다.
노인이 되면 그런 몸상태로 견뎌야 한다는 것을, 어쩌면 당연한 것을 처음 실감했달까.

후반에 좀 오글거릴 수 있는 신파가 있으나, 오히려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좋았다.

 

 

 

 

7. 루이스 세풀베다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이건 고양이와 쥐의 우정을 그린 짧은 동화다.
어른들이 쉬어가며 읽어도 좋고, 삽화도 근사해서 아이들에게 읽어줘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루이스 세풀베다는 이번에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그의 대표작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참 좋아했는데 다른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게 슬프다.

 

 

 

 

8. 스테판 오드기 『괴물 - 가깝고도 먼 존재』

 

'괴물’이란 주제로 쓰인 논문 같다.
‘괴물’에 대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변해가는 의미와 대중의 시선 변화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했다.
솔직히 기괴한 괴물의 이미지를 너무도 다양하게 실어놔서 보기 힘들었고(표지도 무섭다 ㅠㅠ) 내용이 의외로 학구적인 데다 방대해서 꾸역꾸역 읽었다.
책 자체는 훌륭하다. 다만 내가 못 따라갈 뿐... 

괴물에 대해 궁금하시면 읽어보시길.

 

 

 

 

9. 알베르 카뮈 『전락』

 

 

알베르 카뮈의 책을 처음 읽었는데 그게 하필 『전락』이다.
조금 읽다 보니 '이건 해설부터 봐야겠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해설에 나오길 『전락』이 알베르 카뮈 작품 중에 가장 난해하다고 한다.

첫 문장, “여보세요, 폐가 안 된다면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라며 주인공 클라망스의 오지랖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주야장천 클라망스 혼자 말을 한다.
즉, 클라망스와 대화하는 사람과 그 사람의 대사는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클라망스의 말만으로 상대가 어떤 말을 했는지 예상해야 하는 것.

이 책의 내용을 보이는 대로만 해석하면 안 되는데, 왜냐면 카뮈의 실제 삶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전락』을 발표하기 몇 년 전부터 카뮈는 전작에서 던진 자신의 소신 담긴 메시지 때문에 온갖 사람들에게서 비난을 받아왔다고 한다.
자신을 마음대로 심판하는 그들에게 “너희는 깨끗하냐, 너희 죄부터 속죄한 다음에 날 심판해라.”라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10.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이 책의 내용은 실제로 독일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논픽션이란 말인데... 첫 번째 챕터를 읽은 순간부터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더라.

12개의 사건들 중에서 ‘거부당한 배심원’, '리디아', '변호인', 이 세 개의 챕터가 인상적이었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 '인상적'이라는 단어를 써될지 모르지만.

챕터의 마지막에는 해당 사건에 관련된 법 조항이 쓰여있는데, 사건과 연달아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이자 우리를 지켜주는 ‘법’에도 한계가 명확히 있구나 싶고...
그래서 우리는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에 환호하는 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 챕터의 끝자락에 있는 법률 조항은 아래와 같다.

변호사 윤리장전 제19호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여서는 아니 된다.

 

 

 

 

 

 

 

11.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이 책은 살해당한 아마존 환경보호가 '치코 멘데스'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아마 그래서 아마존이 배경일 것이다.

아마존 유역을 짓밟는 인간의 이기는 노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으니, 노인이 마지막 삶까지 아마존의 자연 속에서 연애 소설을 읽으며 평화롭게 보냈으면 좋겠다.
소설이니 그러고 말고도 없겠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을 듣는 것만 같아서... 노인 때문에, 암 살쾡이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저 멀리 아마존 강 유역에서 한 노인이 틀니를 닦아 손수건에 싼 뒤에 돋보기로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읽고 있다고 믿고 싶다.

 

 

 

 

12. 박해일 『신을 받으라』  

 

 

<살>의 작가라 무서울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만큼 무섭진 않았다.
물론 <살>도 읽지 않았는데 사람들 말로는 <살>이 더 무섭다고 하니 올바른 판단이었음.

평소 공포소설 전혀 안 보기 때문에 기대를 하나도 안 했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다.
뒷얘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 흥미진진함의 연속.
그런데 엔딩이 어찌 된 건지 잘 이해가 안가네?

 

 

 

 

13. 장 루이 가유맹 『에곤 실레』 

 

 

'에곤 실레'라는 화가에 대해서는 생소했는데 알고 보니 그의 작품은 내겐 너무 익숙한 것들이었다.
표지가 무서워서 손이 안 가서 아직 안 읽고 있는 책장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그리고 <인간실격>의 표지가 바로 에곤 실레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유명 화가의 작품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유명한 화가 작품이 아니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같은 표지 디자인이 출판되지도 않았겠지.
아무리 까치 출판사라지만... ^^;;

우연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계가 비상에 걸렸을 때,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다는 걸 읽으니 기분이 묘했다. 아내가 죽은 지 3일 만에 죽었다고 하니 많이 쓸쓸하진 않았겠다. 하지만 너무 젊은 나이 28세에 죽어서 아쉽다. 인생을 더 겪고, 단맛과 쓴맛을 더 겪은 다음 성숙해진 그의 그림은 또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됐는데 말이다.

에곤 실레의 다양한 그림과 그의 인생사를 접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14. P.D. 제임스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리디셀렉트 만료 도서에 있길래 그냥 읽어본 도서인데 1972년에 출판된 추리 소설이었다.
이 책은 먼저 집필했던 P. D. 제임스의 대표작인 '달그리시 시리즈' 14권의 스핀오프 격인 책이었는데, 놀랍게도 P. D. 제임스는 '달그리시 시리즈' 외에도 20여 권의 추리소설을 집필했으며, 애거서 크리스티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추리소설 작가라고 한다.

난 정말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읽었는데, 만약에 알고 읽었다면 감상이 좀 달랐을까?
책에서 1972년작이라는 위화감은 거의 들지 않는다. 다만 제시카 존슨이라는 여성이 우락부락한 악당들을 때려눕히고 홀로 탐정을 훌륭히 소화하는 드라마가 제작되는 시대에, 탐정이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제목과 더불어 같은 말을 주인공 코델리아가 꾸준히 듣는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코델리아 시리즈는 2권이라서 한 권이 더 남아있지만 이걸 읽어야 할지 좀 고민이 된다.
맥파이 살인사건도 그랬고 추리소설은 현대물도 고전물도 나와는 잘 안 맞는 것 같다.
어릴 적 셜록 홈즈를 그렇게나 재밌게 읽었었는데 왜 이리 변했을까나. 

 

 

 

 

15. 이희수 『이슬람 학교 1: 이슬람의 탄생』

16. 이희수 『이슬람학교 2: 선지자 무함마드 이야기』

17. 이희수 『이슬람학교 3: 이슬람은 무엇을 믿나요』

 

이슬람 학교 시리즈 1~3권 표지

 

학교 다닐 때 중동 역사를 배운 적이 없었고, 그 이후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다 보니 중동의 역사, 이슬람의 역사 등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고 느껴서 찾아 읽었다.

너무 방대하게까지는 필요 없고, 현재 중동의 갈등 등을 이해할 만큼만. 딱 알아야 할 것들만 정확하고 꼼꼼히 알려줬으면 했는데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심지어 쉽고 재밌다.

그냥 술술 읽으면 아무것도 안 남을 것 같아 아이패드로 노트에 정리하며 읽고 있다.
뒤편도 읽어야 하는데 이 이후로 독태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아직도 안 읽었다. 조만간 다시 읽을 예정임.

 

 

 

 

 

18. 이병주 『소설 알렉산드리아』

 

 

1965년, 깡깡 옛날에 쓰인 한국 소설이다 보니 읽다 보면 옛날엔 이런 문체가 세련됐다고 생각했었구나 싶었다.
지금이라면 순화해야 할 외래어들과 한자어의 범람이 신기하면서도 신선하다. 읽을수록 당대로 녹아드는 기분이 이랄까.

코리어에서 온 프린스 김.
이 소설은 서대문 형무소에 갇혀 있는 형을 알렉산드리아에서 기다리는 동안 겪은 일을 그리고 있다.
이 이상은 스포 상 생략하지만 여러 관점에서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졌다고 생각된다.
읽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든다.

 

 

 

 

19. 조선희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내가 이것을 읽다니... 이것을 읽다니!!!
세상엔 읽을 책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이걸 읽느라고 시간을 소비했다니! 싶은 책이었다.

소모임 책이라 어쩔 수 없이 읽긴 했지만... 정말 멍떡같은 책이다.
무섭고 찝찝하고 재미도 없고 시간 아까웠음 ㅠㅠ 나랑 안 맞아 안 맞아...

 

 

 

 

20. 도미니크 파케 『화장술의 역사』

 

 

표지는 무섭지만 내용은 킹왕짱 흥미롭다.
이 책은 과거로 깡깡 올라가서 화장술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고 알려주는데 이게 참 재밌다.

예를 들어 화장품의 소재 변화나, 시대별로 변하는 미인상과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어느 시대에는 미숙한 어린아이 같은 얼굴과 몸매가 미인상이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풍만한 여인이 미인으로 대두되고, 나중엔 밤새서 눈이 퀭하고 혈색이 창백한 얼굴이 미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여자들이 밤을 꼴딱 새우며 눈 밑에 다크서클을 만드려고 애썼다는 내용도 있다.

재밌지 않나? 성별에 관계없이 읽기 좋은 책이다. 어디가서 얘기하기도 좋은 소재고 ^^

 

 

 

 

 

 

21.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TV 원작 소설이자 꿀잼인 소설.  이건 리뷰 포스팅으로 대신한다.

 

 

마거릿 애트우드의『시녀이야기』

그 유명한 『시녀이야기』를 이제서야 읽었다. 후속작 『증언들』도 함께. 몇년 전, 미드로 만들어져서 방영할 때, 나는 그때서야 원작 소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배경이 끔찍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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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마거릿 애트우드 『증언들』 

 

 

『시녀 이야기』 34년 만의 후속작인 『증언들』!

『시녀 이야기』의 부록 심포지엄의 내용에서 오브프레드는 무사히 탈출을 했고, 메이데이의 한 거점에서 길리어드에서의 삶을 폭로한 테이프를 만들었다는 것과 길리어드가 멸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길리어드는 어떻게 멸망한 것일까? 소설 『증언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시작됐다.
『시녀 이야기』가 오브프레드의 수기로 진행된다면 『증언들』은 세 인물의 녹취와 기록이 번갈아 나오면서 진행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진행 방식이다♥

『시녀 이야기』를 읽었다면 꼭 『증언들』도 읽기를 추천한다. 찝찝했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므로.

 

 

 

 

23.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작년에 제일 잘 읽은 게 『코스모스』였다면 아직까지는 제일 잘 읽은 게 『총, 균, 쇠』인 것 같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백인우월주의로 식민지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이들에게 니들은 그냥 우연으로 복 받은 거야~라고 딱 부러지게 말한다.
왜 대륙마다 발전 속도는 느렸고, 문명이 싹튼 곳과 아닌 곳의 차이는 무엇이며, 왜 아직도 어디가에는 수렵채집민이 남아있는 것인가 등의 궁금증을 싹, 그것도 아주 말끔하게 해소해줄 책.

아쉬웠던 점은 같은 내용이 중첩되며 반복되는데 이게 반복학습으로 나중엔 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외워서 술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이 정도로 반복되면 좀 더 정리해서 분량을 줄일 수 있었지 않을까?

 

 

 

 

24.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시작하자마자 서정적인 문장으로 그림을 그려버린다.
이 책은 한마디로 아름다운 서정적 풍경의 향연이었다.

'우리나라가 힘들었던 시대에 너희는 이랬구나'라는 삐쭉한 시선이 가끔 튀어나오긴 했지만, 그런 걸 묻어두고 감상만 하자면 너무나 아름다운 소설이다.

같은 동양인의 눈에도 아름다운 이 소설이 서양세계에는 얼마나 환상적으로 비쳤을까?

"정신없이 울부짖는 고마코에게 다가가려다, 시마무라는 고마코로부터 요코를 받아 안으려는 사내들에 떼밀려 휘청거렸다. 발에 힘을 주며 올려다본 순간, 쏴아 하고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드는 듯했다."

13개의 단편을 이어만든 작품이라선지 기승전결은 없지만 읽은 후 정서적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이 참 좋았다.

 

 

 

 

25.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에드거 앨런 포의 레이븐 구절을 조금 들어봤을 뿐이었고 그의 책을 읽은 건 처음이다.
그래서 이리 잔인한 줄도 모르고 ㅠㅠ 

다들 안 무섭다는 책도 무서워하는 나인지라 어찌나 무섭게 봤는지 모른다.
특히 <모르그가의 살인>에서 굴뚝에 쑤셔박아진 시체나, <범인은 너다>에서 부패한 시신을 상자에 담고 뚜껑을 열었을 때 반동으로 벌떡 일어나던 장면은 상상하니 소름이;;;

소모임에서 읽는 책인데 이거 시리즈 다 완독 어찌하나 고민이 많이 됐던 책이다.
한 여름이니 으스스한 고전을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26. 가브리엘 반 쥘랑 『세계의 정원 - 작은 에덴동산』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는 항상 만족스럽다.
세계의 정원이라는 제목을 보고선 지루하겠구나, 재미없겠구나~했는데 재밌었다!

정원이 시대적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디자인의 유행이 이리저리 바뀌는 내용이 참 신선했다.
평소에 정원에 관심은 1도 없었는데, 그렇다고 내 흥미를 끌지 못한 건 아니었다.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언제나 흙에서 평화롭고 고요한 자신만의 세계를 얻는다."

이 책을 읽기 얼마 전쯤에 화분 세 개를 들여서 분갈이도 하고 비료도 챙겨주기 시작하면서 힐링받는 걸 느꼈었는데, 그런 내 마음에 이 문장이 와서 꽂혀버렸다.
베르사유처럼 거대한 정원이 아니더라도 내 방의 작은 화분 세 개가 내게는 나만의 정원인 셈이니 ㅎㅎ

 

 

 

 

28. 정세랑 『목소리를 드릴게요』

 

 

유쾌하고 명랑하면서 작가의 메시지가 뚜렷하다고 느껴졌다.
인류, 문명, 환경 등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자신의 우려가 독자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았다.

제일 재밌게 본 단편은 제목인 <목소리를 드릴게요>가 아닌 <리셋>.

거대 지렁이들이 온 지구의 문명을(사람도 함께) 우적우적 먹어치우며 분변토로 만들어 지구를 리셋한다는 재밌는 설정이다.

"나는 배낭에 들어 있던 은박 담요를 덮고 잠들며 가끔 웃는다. 내가 죽고 다른 모든 것들이 살아날 거란 기쁨에. 기이한 종류의 경배함에."

솔직히 이 단편집이 정세랑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 읽게 만들 만큼 내 취향이진 않았지만, 저 대사만큼은 완벽히 내 취향이었다. 왠지 나도 저럴 것 같아서 너무 공감이 돼서.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메시지를 던지는 게 기억에 남는 책이다.
정세랑 작가의 다른 책이 2권 더 있는데 이것도 기대가 된다.

가벼운 SF 소설 단편집을 읽고 싶다면 추천함!

 

 

 

 

29. 앤지 토머스 『당신이 남긴 증오』 

 

 

미국에서는 잊힐만하면 떠오르는 흑인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다.
한창 코로나로 난리인 지금도 Black Lives Matter(블랙 라이브스 매터, BLM,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문구를 앞세워 시위가 한창인데 그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보면 된다.

16세의 평범한 주인공이 경찰에 의해 살해되는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경찰은 착한 사람, 살해된 친구는 나쁜 사람으로 언론플레이가 되고 주인공은 현실과 맞서 싸울 것인지 그냥 흘려보낼 것인지를 갈등하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흑인 인권문제뿐만 아니라 흑인 사회와 그들의 시위를 좀 더 깊숙한 곳에서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무겁기만 하기보단 꽤 유쾌하고 재밌는 장면도 많으니 부담 없이 한 번씩 읽어봤으면 좋겠다.

 

 

 

 

30. 오스카 와일드 『별에서 온 아이』 

 

 

유명한 <행복한 왕자>란 동화가 실려있는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선이다.
분명 동화지만 엔딩은 동화처럼 아름답지 않다. 
당대 사회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건네면서 문제를 제기하는데,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의 독자에게도 해당되기에 엔딩이 불편하다.

 

 

 


 

 

 

이거 간단리뷰라고 썼는데도 양이 많아서 결국 30권에서 끊었다.

남은 책들은 다음 기회에 포스팅하는 걸로... ^^

 

 

* 남은 책 목록 

- 이태준 『문장강화』

-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3 : 환상 편』

- D. A. F. 드 사드 『미덕의 불운』

-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 파울로 코엘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스미노 요루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김이경 『책 먹는 법』

 

* 읽고 있는 책

-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