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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섬유근육통 투병기

12월 2일, 섬유근육통 정기진료 후기 (feat. 족저근막염)

 

3달마다 꼬박꼬박 올라가는 서울. 

뭣이 새로울까 싶어 평소처럼 준비하고 기차역으로 향했건만 이날 지방 촌사람은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경험했다.

사실 12/1부터 부산도 수능날까진 3단계에 가까운 조치를 취한다고 했었는데 내가 집순이라 체감할 일이 없었다.😅

 

 

원래라면 부산역 1층 던킨도너츠에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기차에 일찌감치 오르지만 이날은 기차에서 식음료 섭취를 자제하라는 표지판이 여기저기 보였다, 헐!

 

카페인 없이 어찌 나더러 아침부터 움직이라는 건지 ㅠㅠ

심지어 저는 울트라셋 부작용으로 입 마름증이 심하단 말입니다!

 

하지만 코로나의 기세가 워낙 세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부터도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과의 최소한 접촉을 위해 장거리 좌석인 2호차만 고집하지 않았나.

암튼, 서울로 가는 2시간 30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꾹 참았다.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구석에서 물 열심히 마셔준 다음, 다시 바쁘게 지하철을 옮겨 타고 경희대학교 병원으로 향했다.

카페인이 목말랐지만 진료예약시간이 우선이니까.

 

평소처럼 병원 정문에서 열 체크받고 류마티스과로 향해서 바로 자동접수 완료.

크게 호흡 한번 하고 혈압을 잰 다음, 간호사 언니(나보다 어리지만 예쁘니까 언니)에게 줬다.

혈압은 여전히 약간 높았다. 따라서 이번에도 처방전에 '인데놀 정' 당첨!

 

 

 

류마티스과 대기실은 늘 그렇듯 북적거렸지만 운 좋게도 바로 진료실에 입장했다.

이상하게 볼 때마다 유난히 반가운 의사 선생님,

섬유근육통이 평생 주치의와 같이 늙어가는 병이라면 지금 교수님과 늙어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찌 지냈냐는 질문에 그냥저냥 지냈다는 말과 함께 진짜 궁금한 걸 질문드렸는데...

바로 족저근막염을 발단으로 시작된 발바닥 통증이었다.

 

 

아니 나는,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아픈 몸 이끌고 운동을 했는데 세상에 마상에 족저근막염이 와버린 것이었다. 시불?!

처음엔 아치 부분이 너무 아프고 나중엔 앞꿈치가, 마지막으로 뒤꿈치까지 통증이 번졌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의사 선생님이 족저근막염은 딱히 치료방법이 없다고 한다.

체외충격파도 사실 도움이 되는지 확실하지 않고, 확실한 것은 발바닥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과 인솔(깔창), 스트레칭이 가장 도움이 된다고 하네?

그래서 열심히 찜질하고 족저근막염 관련 스트레칭도 부지런히 했으며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들을 죄다 사들여서 부지런히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 밴드부터 발란스 볼 등...)

 

 

나름 열심히 홈트했는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근막이 끊어지는 듯한 족저근막염 증상은 사라지고 그저 발바닥이 들끓는 듯한 열감과 함께 발바닥 전체의 통증이 생겨버렸다. 발바닥 전체가 아프니 발을 어디로도 딛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발을 안 딛고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바늘로 발바닥 신경이나 발가락의 뼈를 꾸욱~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와서 "아야야야야~!"를 수시로 외쳐야 했다. 

 

족저근막염 증상은 지나간 것 같고, 내가 뭔가 잘못된 스트레칭으로 다른 발바닥 질병을 만들었나 싶어 열심히 검색했지만 답이 없었고...

그제야 섬유근육통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 벼르고 있다가 교수님께 질문을 드린 것이었다.

 

 

"교수님, (앞의 이야기 설명) 이러이러한데 이게 섬유근육통의 영향을 받은 걸까요?"

라고 질문하니 교수님이 YES라고 하신다.

 

내가 셀프 인테리어 하다가 손의 통증이 시작된 것처럼 족저근막염을 시발점으로 발바닥 통증이 시작된 것이었다.

망한 거지........

 

교수님께선 되도록 발바닥을 쉬게 하고 👉 이미 그러고 있음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고 👉 이미 그러고 있음

실내에서도 푹신한 신발을 신고 👉 이미 그러고 있음 (푹신한 실내화+발 앞꿈치 쿠션)

밖에선 볼이 넓고 푹신한 운동화를 신고 👉 이미 그러고 있음 (뉴발란스 운동화 + 겁나 푹신한 깔창)

운동은 항상 모자라게 하라고 하셨다. 👉 이걸 안 지켜서 고통받는 중 ㅠㅠ

 

 

여름에 장마가 지나가고 컨디션이 좀 좋아졌다고 자만했다. 체력을 기른답시고 열심히 걸었고 홈트레이닝도 했다지... 

섬유근육통은 절대 절대 운동을 하얗게 불태워선 안된다. 항상 모자라게 해야 한다. 잊지 말자!

 

내 발바닥을 열심히 찜질해준 바디휴 족욕기(내돈내산)

 

진통제를 더 주고 싶어도 이미 충분히 먹고 있기 때문에 더 줄 수 없다고 하시며 열감은 좀 어떻냐고 물어보셨는데...

이 열감이 교수님에겐 미스터리한 부분인 듯하다. 지난번에도 "왜 열이 날까?" 하셨거든.

 

그래서 이번에 배란일에 열이 나는 건지 체크해보라고 하셨는데 안타깝게도 내 열감은 배란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냥 제멋대로다. 열감이 있어 열을 재면 진짜 열이 날 때도 있고, 열감 때문에 눈을 못 뜰 지경이어도 정상체온일 때도 있다.

 

열감 때문에 지난번부터 '아세트아미노펜' 300mg를 추가해서 먹고 있는데 쉽게 말해 타이레놀이랑 같은 성분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과복용하거나 술과 함께 먹으면 간에 치명적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이 '아세트아미노펜'이 '울트라셋이알서방정'에도 많이 함유돼있다는 것.

 

울트라셋이알서방정 = 아세트아미노펜 650mg +트라마돌염산염 75mg

 

 

 

 

 

내가 하루에 '울트라셋이알서방정'을 4알 먹고, 많이 아플 땐 6알까지도 먹으니 하루에 먹는 '아세트아미노펜'의 양이 2600~3900mg. 여기에 300mg 2개가 더해지니 3200~4500mg를 먹는 셈이다.

그런데 '아세트아미노펜'의 1일 최대 복용량이 4000mg니까 결국 내가 많이 아파서 '울트라셋이알서방정'을 추가로 먹으면 과복용이란 말이지.

 

*울트라셋이알서방정 1일 권장량은 4알이다. 원래 6알이었으나 4알로 바뀌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6알 먹을 때도 많다는 걸 교수님도 알고 계시는데 말리시지는 않으셨다. 단지 간수치 검사만 했을 뿐.

 

 

간수치에 대해 걱정해본 적이 없는데 솔직히 이제는 신경 써서 체크해봐야 할 듯하다.

마지막으로 간수치를 측정했을 때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추가로 처방받지 않았을 때니까, 흠.

 

그리고 아세트아미노펜을 추가로 복용한 지 4달이 넘어가서 그런지, 요즘 위경련이 자주 온다.

다음번 진료 땐 이것도 얘기해서 위약도 바꿔야 할 것 같다.

 

 

이번에 받은 처방전, 3개월 전과 같다

 

숙면을 취하는 것에 살짝 문제가 있어서 약을 조절할까 하다가 이번에 한번 더 테스트해보겠다고 똑같이 받아왔다.

지지난 번엔 저 많은 양을 다 들고 내려와야 해서 너무 힘들었었는데 이제는 집으로 택배를 보내고 있다.

저 종이 쪼가리가 보기보다 양이 어마무시해요...

 

 

약을 지은 다음, 바쁘게 SRT역의 엔젤리너스로 걸음을 옮겼다.

커피커피커피커피~ 

역에 있는 엔젤리너스에서 느긋하게 마신 다음에 기차 타면 딱이겠거니! 했는데 말했듯이...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ㅋㅋㅋ

 

어쨋거나 저쨋거나 마셨다, 커피!

 

테이크 아웃해서 기차역에서 마시면 되지 뭐~라는 생각으로 커피를 들고 SRT역 벤치에 앉았는데 으음;

주변에 모두가 서로서로 조심하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벗고 마신다는 게 너무 눈치 보여 ㅠㅠㅠㅠ

게다가 나도 옮으면 큰일 나니깐 빨대를 마스크 아래로 넣어서 찔끔찔끔 마셨다.

 

그리고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도 식음료 섭취를 자제해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는데...

그 순간 내 바로 뒷자리에서 캔을 따더니 "캬~"하면서 계속 마시는 게 아닌가. 아니 시발?!

내 앞자리에서도 계속 물 따서 마시고 ㅋㅋㅋㅋ

 

순간 나만 바보된 기분. 🤨

 

ㅋ ㅑ~ 하면 비말이 날아가겠어~ 안 날아가겠어? 하면서 따지고 싶었지만 그저 내 마스크만 꼼꼼히 밀폐시키고 창 쪽으로 붙어서 내려왔다. 에휴...

 

 

다음 3개월 후의 정기진료 때에는 저런 빌런을 만나지 않길 바라며, 아니, 코로나가 사그라들길 바라며 이번 정기진료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