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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감상들/도서

유시민 『공감필법 : 공부의 시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세 권

 

집 근처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3권 대출했다.

그 중, 작고 얇은 유시민의 『공감필법』부터 읽기 시작해서 금방 완독해 리뷰를 남긴다.

 

 

 

책 공감필법 표지

유시민 『공감필법 : 공부의 시대』

유시민 작가를 좋아해서 갖고 있는 책이 많은데도 제대로 읽은 게 없다는 게 아이러니.

이상하게 손이 안간다. 아마도 생각이 많아질 것 같아서 나중에 읽어야지하고 차일피일 미루는게 아닐까.

그래서 가장 만만한 (얇고 작아서) 이 책으로 유시민 작가의 책을 시작했다.

 

강연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라 양이 적지만 알차고 배울 게 많다.

큰 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공부법'이고 그 공부법의 최고는 독서과 글쓰기라고 말한다.

왜 글을 써야하는지도, 어떻게 하면 공감을 자아내는 글을 쓸 수 있는지, 작가 본인의 이야기와 더불어 전달한다.



글쓰기는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감정은 쉼없이 생겼다 스러지고, 생각은 잠시도 그대로 머물지 않습니다. 글로 적어 붙잡아두지 않으면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유시민 작가가 너무 좋아한다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작가 본인이 어떤 식으로 책을 읽는지를 설명하면서 언급한 책이다. 유시민 작가는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보다는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텍스트에 담긴 그대로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고 책을 읽는다고 한다.

 

『사피엔스』 첫 장에 쓰여있는 "한 사피엔스가 다른 사피엔스에게"라는 문구를 예로 들었는데, 난 이 책을 푹 빠져서 읽었고 엄청 좋아하지만 참 인상적인 문구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유시민 작가의 설명을 듣고나니 유발 하라리 작가의 집필의도가 저 한 줄에 집약돼있었다. 새삼스럽게도 알고 읽으면 보이는 깊이가 다르다는 걸 또 느낀다.

 

 

두번째로 독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글의 예시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내용이 등장했다.

 

 

어떤 과학자가 어린 시절 느꼈던 감정을 어른이 된 후에 책에 썼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이미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저 같은 사람이 그 문장을 읽으면서 '너무 좋아' 이러고 있다니 신기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런 게 바로 책이 만들어내는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스모스』 책이 바로 내 옆에 있다. 내 책상 위로 올라온지 일주일 쯤 됐다. 구매한 지는 한달 쯤 됐다 ㅡ,.ㅡ

하지만 저 방대한 페이지를 보고 겁을 먹고 시작을 못하고 있었는데 『공감필법』 을 읽으면서 『코스모스』를 먼저 읽고 이 책을 봤다면 내 느낌과 비교해볼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반대로 이제는 『코스모스』 책에 손이 쉽게 갈 것 같다.

 

 

여러분은 혹시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책 읽다 말고 도저히 계속 읽을 수가 없어서, 읽던 책을 가슴에 댄 채 '아'하고 한숨을 내쉬는 경험 말입니다. ...(중략)... 감정이 너무 강하게 읽어나서, 그걸 가라앉히기 전까지는 텍스트를 더 읽어나갈 수 없는 그런 순간을 누리자는 겁니다. 저는 이것이 공부와 독서의 '결정적 순간'이라 믿습니다. 

 

앞으로 내 독서의 작은 목표랄까. 노력한다고 되는게 아니니까 목표란 단어는 어색하지만, 언젠가 꼭 이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 

유시민 작가가 이런 순간을 체험하지 못하는 인생은 불행하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으니까.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아는 게 많으면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만 아는 게 많다고 해서 반드시 글을 잘 쓰는 건 아니에요. 아는 것이 적으면 불리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글을 쓰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마다의 수준에서 저마다의 스타일로 글을 쓸 수 있어요. 하루 한 문장이라도 꾸준히 쓴다면 말입니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쓰다보면 늘 수 있다고 해주는 격려의 메세지. 

유시민 작가가 날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아는 게 적고 글을 못 쓰면 어떠랴.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면 수첩을 지니고 다니십시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열지 마십시오. 고개를 들고 귀를 열어 거리 풍경과 주변 사람을 관찰하고 도시의 소음을 들으십시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수첩에 문자로 옮기는 겁니다.

 

이 문단 뒤에는 이렇게 메모한 것들을 모아서 어떻게 관리를 하고,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대한 조언이 더해진다. 쉬워보이지만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아닌 도심에서 사색하고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할 테니 어려운 일 같다.

 

 

내가 문장을 제대로 썼나? 이게 제대로 된 글인가? 혼자 글을 쓰다보면 이런 의문이 들죠. 그럴 때는 소리 내어 읽어보십시오.

 

유시민 작가는 말에 가까운 글일수록 잘 쓴 문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유시민 작가의 글은 쉽게 느껴지는 것 같다.

유념해둬야지.

 

 

책의 2/3쯤을 읽으면 강연을 마치고 받은 질문과 그 답변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참 좋았다.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이 나 대신 궁금한 부분을 질문해주고 그 가려움을 긁어주는 답변들.

그리고 이런 답변을 하는 유시민 작가의 지식과 됨됨이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작가가 말하는 '공부'를 꾸준히 해서 나도 60대쯤엔 이런 답변을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질적으로) 깊이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지금과 같은 시대에 아이들을 어떻게 공부시키면 좋겠냐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변으로 리뷰를 마친다.

 

 

과학혁명의 시대에 우리는 모든 것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야 합니다. 독서도 글쓰기도, 그리고 모든 것을 포함한 공부도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고 그 인생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수학 점수, 영어 점수를 따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알고 남을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면서 공존하는 인간이 되는 데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To. 도서관 책에 줄그으며 낙서한 당신, 4세 아이의 어머니인 당신.

남을 이해하고 공존하는 인간이 되게끔 아이를 가르치려면 당신부터 그렇게 행동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