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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섬유근육통 투병기

섬유근육통 환자가 말하는 섬유근육통

 

 

'섬유근육통'이란 병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섬유근통증후군'이라고도 불렸어요.

그렇다면 '섬유근육통'이란 어떤 병일까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는 섬유근육통을 한 줄로 이렇게 정의합니다.

 

 

근육, 관절, 인대, 힘줄 등 연부조직에 만성적인 통증을 일으키는 증후군

만성적인 통증!

이 단어가 섬유근육통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라고 할 수 있는 전신에 걸쳐 통증을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이 통증의 정도나 위치가 지속적으로 변하고 옮겨 다닙니다.

통증 외에도 따라붙는 증상들은 조조강직(아침에 몸이 굳는 현상), 피로감, 수면장애, 과민성 대장 증후군, 배뇨 장애( 빈뇨, 하복부 경련), 손발 저림이나 무감각 혈액순환장애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수면장애가 계속되면서 기억력 장애, 인지 장애, 두통, 불안, 우울감 등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명과 연관되는 병은 아니기에 죽지도, 장애를 유발하지도 않습니다.

 

이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대신 주변의 시선 때문에 마음이 보통 힘든 게 아니랍니다.

환자는 너무 아프지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기 때문에 꾀병이나 엄살로 취급받기 십상이에요.

심지어 가족들에게서 조차도 말이죠.

 

 


 

 

​Q. 섬유근육통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뇌가 강조된 사람 사진

 

통증은 통증 전달물질이 나와서 뇌에 신호를 보내서 느끼게 되는 건데요.

이 통증 전달물질이 나오면 우리 몸에서 통증 억제물질도 함께 분비됩니다.

 

섬유근육통은 통증 전달물질이 억제물질에 비해 심하게 많이 나오거나, 통증 전달물질에 비해 억제물질이 심하게 적게 나와서 뇌가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Q. 어디가 어떻게 아픈가요?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제 증상으로만 답변할게요. 전 등의 통증이 가장 심합니다.

섬유근육통의 특징이 아픈 위치와 정도가 계속 변한다는 건데요. 그렇다 보니 통증을 설명하자면 민망할 정도로 나열이 가능해요.

일단 근육이 근육 이완제를 먹어도 소용없을 정도로 뭉치고, 등 곳곳에 못이 박혀있는 것 같은데 이 위치가 이동하고, 등 안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며 돌아다니는 것 같기도 해요.

등이 뒤틀리고, 등 근육이 뭉치다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경화되는 것 같다가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 쩍쩍 갈라지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결국엔 제 등이 부러질 것 같아요. 그럴 때면 등을 세로로 칼로 찢어서 속을 다 파내고 싶어 지죠...

의사 선생님 말씀으론 제 통증은 진통제로 잡히지 않는다고 해요.

통증을 피하려면 마약성 진통제에 절여서 재우다시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시네요 😥

그래서 너무 아플 땐 그저 자려고 노력합니다.

 

 

 

 

 

 

Q. 섬유근육통의 통증은 어느 정도 아픈가요?

 

역시 이 질문도 제 기준으로 답변하겠습니다.

진통제를 먹었을 때를 기준으로, 컨디션이 좋을 땐 약간 불편함 정도의 통증만 느낍니다. 약발이 아주 잘 듣죠.

컨디션이 나쁠 땐, 진통제를 최대한 먹어도 전혀 소용이 없습니다.

걷기는커녕 서지도 앉지도, 제대로 눕지도 못한 채 통증에 신음하며 계속 움직이며 울죠 ^^;

할 수 있는데 우는 것뿐이라...

포스트를 쓰는 지금은 몸이 많이 좋아진 상태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 달 넘게 이렇게 아팠답니다...

심하게는 매일같이 응급실에 실려가는 분도 계시고, 통증 조절이 안돼서 입원생활을 오래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Q. 섬유근육통의 통증은 유전인가요?

 

맞습니다.

섬유근육통의 발병원인은 유전이 50%, 나머지는 다른 병으로 인해 함께 발병되거나, 환경에 의해 (스트레스 등)으로 발병된다고 합니다.

 

 

​Q. 꼭 전신에 통증이 있어야만 섬유근육통인가요?

 

이건 확실히 아닙니다.

보통은 일부분에서 시작해 전신통증으로 번진다고 하는데, 저 같은 경우엔 12년째 상반신, 거의 등과 가슴 쪽에만 통증만 있답니다.

가끔 전신이 아플 때도 있는데 그때는 몸살과 비슷해요.

등의 통증은 그대로 있으면서 전신이 몸살처럼 아프고 사지, 특히 손과 발이 저립니다.

하지만 등 통증이 가장 아파요. (물론 제 경우입니다)

Q. 통증 외에는 어떤 증상이 있나요?

 

통증 외에 조조강직, 피로감, 수면장애, 우울증, 신경과민, 집중력 장애, 사고 장애, 이상감각, 과민성 대장 증후군, 과민성 방광, 편두통, 비심인성 흉통 등이 있습니다.

저도 모두 해당되는 데요, 제 경우엔 가장 힘든 것이 열감과 전신피로, 수면장애와 무기력증입니다.

이마에 열이 나고 눈이 너무 뜨거워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에도 막상 체온을 측정하면 정상체온입니다.

기껏해야 37.2~37.5도 정도인데, 이 정도 미열은 열이 난다고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전 머리가 뜨겁고 등도 뜨거워 어지럽고 괴로워 미칠 것 같죠... 

그래서 전 거의 내내 이마에 얼음팩을 두르고 살아요. 

 

전신피로는 모두 잘 아실 거예요. 온몸을 휘감고 있는 피로감....... 이 피로감은 무기력증으로 연결됩니다.

잘 자도 못 자도 항상 피곤하기에 모든 일에 의욕이 없고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전화 한 통, 문자 하나 보내는 것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제가 비정상인 줄 알았는데 다른 환우분들 글을 보고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요 😔

수면장애는 일단 전신에 통증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증상입니다.

압통 때문에 계속해서 수시로 자세를 바꾸다 보니 잠들기도, 숙면도 어려워요.

혹은 그냥 잠이 안 옵니다. 밤을 새우고 졸려서 눈이 따가워도 잠이 들지 않아요. 어쩌다 잠이 들면 1시간 내외로 깨어납니다. 

잠을 못 자니 집중력과 기억력, 사고력이 확 떨어져서 정말 멍청해져요.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멍청해집니다.

숫자 외우고 암산, 기억력에 나름 자신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오죽하면 부모님이 제게 총명함을 잃었다고 말씀하셨을까요 😭😭😭😭😭😭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
섬유근육통 환자 대부분은 심각한 수면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섬유근육통 환자분들은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처방받고 있답니다.

​제 담당 의사 선생님께선 수면제를 절대 처방 안 해주시려고 해요.

한번 먹기 시작하면 의존도가 강해지기 때문에 조심스러우신 거죠.

 

 

추가적으로 신경이 예민해집니다. 

물론 항상 통증과 함께하니 예민해지겠지만, 그 외에도 빛과 소리 등에 굉장히 민감해져요.

작은 소리도 엄청 크게 들리고, 늘 키고 생활했던 조명도 거슬린답니다.

그래서 전 방문 주변에 틈을 막아서 최대한 방음을 하려고 했고, 방 전등도 거의 키지 않고 책상 조명을 킨 채 생활합니다. 

 

 

 

 

 

​​

Q. 섬유근육통인지 검사받으려면 어디 진료과로 가야 하나요?

 

무조건 류마티스 내과로 가시고 웬만하면 대학병원을 추천드립니다.

지금은 많이 알려진 편이지만, 그래도 섬유근육통이란 병이 대중적이진 않아서 병원을 돌고 돌아 제대로 류마티스 내과를 찾아가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요.

 

저도 처음엔 통증 클리닉으로 갔었고 디스크라 진단받았었어요.

그래서 디스크 치료를 꾸준히 받았고, 오히려 증상이 악화돼서 대학병원 류마티스 내과로 갔는데 또다시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오진을 받고, 결국 서울까지 올라가서야 제대로 된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된 진단을 받기까지 6년쯤 걸린 것 같은데 이런 경우가 정말 흔한 케이스예요.

본인이 섬유근육통인지 의심된다면 섬유근육통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 선생님을 찾아가시길 권해드립니다.

 

Q. 섬유근육통은 검사하면 바로 알 수 있나요?

 

❌ 섬유근육통은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은 없기 때문에 병원에 한두 번 내원해서는 진단이 어려워요.

압통점과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설문조사를 통해 진단받을 순 있지만, 이 역시 최소 3개월 정도 의사의 관찰 후에 결정됩니다. 

그동안 받는 검사로는 보통 피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본스캔, 설문지 검사를 했고, 추후에 심전도와 CT도 검사했었답니다.

Q. 섬유근육통 환자는 어떤 약물치료를 받나요?

 

기본적으로 진통제와 항우울제를 처방받습니다.

서울대병원 의학정보에는 아래와 같이 나와있습니다.

 

소염진통제는 약간 도움이 될 뿐이고, 스테로이드나 마약성 진통제는 거의 효과가 없으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진통이 심한 경우 트라마돌(tramadol)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임상 시험에서 입증되었다. 

하지만 환우분들 중엔 타진, 아이알코돈 같은 마약성 진통제와 패치를 처방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설명에 나온 트라마돌(tramadol)은 아편과 같은 작용을 하는 마약성 진통제입니다.

일반 마약성 진통제보다는 의존도와 부작용이 낮은 편이라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아요.

이 트라마돌과 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혼합된 약이 '울트라셋'인데요, 섬유근육통 환자분들이 많이 처방받습니다.

(울트라셋은 디스크 환자 등, 진통제로 널리 쓰이고 있어요)

일반 마약성 진통제보다는 의존도와 부작용이 낮다고는 하지만 장기간 복용 시 금단현상과 부작용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도 꽤 많답니다.

전 '울트라셋이알서방정'을 12년째 매일 아침저녁으로 먹고 있습니다.

원래는 작은 울트라셋 한알로 시작했었는데 지금은 이알 서방정으로 아침저녁으로 2~4알씩 자가 조절하며 복용 중이에요.

 

 


 

섬유근육통에 대해서 검색을 하면 온갖 정보들이 검색되는데요.

그중엔 사실이 아닌 것들도 있고, 공감이 안 되는 정보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난치병인데도 쉽게 완치가 가능하다며 환자들을 유혹하는 정보들이 많아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환자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죠.

 

도움이 되는 치료는 받되, 환자의 마음을 이용하는 업체는 잘 가리셔야 합니다.

제 정보가 섬유근육통으로 고통받는 환자분들과 가족에게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다음엔 제가 복용하는 약에 대해서도 알려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