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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섬유근육통 투병기

섬유근육통과 운동

 

저는 섬유근육통이란 사실을 잘 밝히지 않습니다.

밝혀도 이 병에 대해 대부분이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병명에 있는 '근육통'이라는 단어로 그냥 근육통의 일종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 간혹 어쩌다 병명을 밝히게 되면 무턱대고 운동을 해보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가 아는 사람이 걷지도 못했는데 등산하면서 지금은 산을 뛰어다닌다며 힘들어도 무조건 매일 산을 타라고 합니다.

혹은 걷는 운동이 최고라며 하루에 몇키로씩 정해놓고 꾸준히 걸어보라고도 합니다.

 

정말 매일 산을 타고 매일 몇키로씩 꾸준히 걸으면 통증이 사라질까요?

 

 

등산하는 사진
등산을 꾸준히 하면 섬유근육통의 통증이 사라질까?

 

 

어떤 운동이 섬유근육통을 완화해주는 지를 몰라서 저도 참 많이 헤맸습니다. 지금도 헤매고 있고요.

하지만 제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섬유근육통 환자는 운동을 정말 조심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에 진료받던 교수님은 제게 수영을 권하셨습니다.

수영은 물 속에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무리가 없을 거라는 교수님의 말을 듣고 바로 수영장을 등록했습니다.

 

하루에 40분정도, 그것도 강습반이라 40분 내내 수영을 하지도 않았건만 수영을 함으로써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사라졌던 꼬리뼈의 통증이 재발되고 수영을 하고나면 통증이 더욱 심해져서 다리를 절게 돼서야 수영을 접었습니다.

 

그후로 한동안 쉬다가 이번에는 요가를 등록했습니다.

강사분께 제 병에 대해 설명드리고 무리하지 않게끔만 따라하겠다고 말하고 수업을 들었어요.

강직으로 뻣뻣해진 근육을 스트레칭해주고 정신을 집중하는 명상이 스트레스를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됐었습니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은 요가도 역시 통증을 유발해서 결국 그만둬야했습니다.

 

다음으로는 걷기에 도전해봤습니다.

매일 저녁마다 8천~1만보씩을 걸었습니다. 후덥지근한 여름의 밤이 쌀쌀한 겨울의 밤이 될 때까지 컨디션이 좋은 날은 걸었습니다.

걷는 것은 체력을 늘려줄 뿐 아니라 외면했던 생각들을 끄집어내서 마주하며 정리할 수 있는 유익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걷기도 제 통증을 없애주지는 못했습니다. 

 

걷고 다음날 아파하면, 아파도 걸어야 한다고 그래야 체력도 올라가고 빨리 낫는다며 옆에서 부추기는 엄마 말에 매일 밤 꾸준히 걸었습니다만 결론은 변한 것이 없고 무리할수록 통증만 거세졌습니다.

 

 

 

 

다니던 병원을 바꿔서 섬유근육통으로 유명한 지금의 교수님께 운동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저는 이런저런 운동을 해봤는데 전혀 호전이 없고 통증만 늘어서 운동을 하고 싶은 의욕이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교수님은 이해한다며 일단 스트레칭만 열심히 하라고 권하셨습니다.

 

스트레칭은 섬유근육통 환자라면 무조건 매일 꾸준히 해야 하는 운동입니다.

그래야 강직된 근육이 풀리면서 통증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스트레칭하는 사진
섬유근육통 환자의 필수운동인 스트레칭

 

 

섬유근육통 환자가 할 수 있는 운동이 스트레칭뿐일까, 통증에 더 도움이 되는 뭔가가 없을까 궁금해서 해외 사이트를 검색해봤습니다.

 

아래는 제가 찾은 의학사이트의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운동을 하면 엔돌핀이 분비되고 엔돌핀은 훌륭한 진통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말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에게만 해당이 되는 말인데 문제는 섬유근육통 환자는 정상적이고 건강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운동을 함으로써 통증이 적어지고 체력이 증가된다는 여러 가지 연구만 보고 의사들은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체육관으로 가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들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필요한 운동의 양과 종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거리가 아주 멀기 때문이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이 지칠 정도로 운동을 한다면 며칠에서 일주일은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사람마다 가진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운동량도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몇 분 동안만 정기적으로 적절한 노력을 들이는 운동을 해야 한다. 절제된 규칙적인 운동이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임상적, 일화적인 증거가 충분히 있다. 즉, 우리에게 적절한 운동은 하루 2분의 온화한 수준의 요가이며 체력이 좀 더 좋다면 10분의 걷기, 혹은 20분 정도의 수중운동을 할 수 있다.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느리지만 꾸준한 속도이다.
2분밖에 운동할 수 없다면 2분 동안 착실하게 운동하도록 해라. 그러면 결국엔 4분으로 늘어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너무 자신을 밀어붙여서 좌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30분간 유산소 운동을 하라고 하고 걷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우리보다 섬유근육통을 더 오래 연구한 미국에서조차 이러니 사실 어떤 것이 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제 경험으로나 여러 가지 정보로 보나 확실한 것은, 느리지만 꾸준한 속도로 운동하는 것입니다.

절대 자신을 밀어붙여서 도중에 좌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예전에 어떤 섬유근육통 환자분이 제게 운동을 할 땐 자신의 힘 50% 까지 사용하고 멈출 것을 권했었는데 그 말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건강한 분들은 100%, 110% 힘을 써서 체력을 늘리겠지만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자신의 힘 반만 써서 운동하되 천천히 꾸준히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건 확신할 수 있습니다.

 

섬유근육통 환자시라면 스트레칭으로 시작하길 권합니다.

스트레칭이 운동이 되냐고요? 몸의 부위 하나하나 제대로된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이 이완되면서 몸에 열이 오르고 땀이 나는 걸 느끼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