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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섬유근육통 투병기

섬유근육통을 앓으면서 난감할 때

섬유근육통 환자들이 다 그런진 모르겠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피부가 굉장히 민감합니다.

무엇보다 압통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그래서 침대 매트리스를 살 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샀었어요. 너무 푹신해도 안되고 압통이 올 정도로 덜 푹신해도 안되기 때문이죠.

 

이런 압통 때문에 난감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스킨십도 하고 툭툭 치는 장난도 하기 마련이죠.

예를 들어 누군가가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제 팔을 툭툭 친다거나, 장난친다고 손가락으로 팔이나 배를 콕콕 찌르면 그 순간 상황이 좀 어색해질 겁니다.

왜냐면 적은 힘으로 그냥 툭툭 치거나 혹은 콕콕 찔렀을 뿐인데 제가 많이 아파하기 때문이에요. 상대방은 절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 테니 최대한 참으려고 해 보지만, 문제는 이 압통이 순간적인 통증이 아니라는 겁니다.

 

사람들아 장난 삼아, 혹은 이야기 도중에 팔이나 배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거나 툭툭 치면, 전 손이 떠나간 순간부터 약간 형광등이 깜빡깜빡하고 켜지듯 1초 후에 압통이 옵니다. 그런데 그 통증이 짧게 끝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세게 길게, 마치 손가락으로 계속 후벼 파고 있는 것처럼 아픈 게 문제예요.

 

참으려고 해서 참고, 몰래 손으로 막 비비며 넘어갈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얼굴에 반응이 올 때는 참 난감하고 미안합니다. 특히나 이제 막 친해지는 단계 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모임이라면 그 자리에서 "내가 섬유근육통 환자인데 이 병은 압통에 예민해서 그래요."라고 말할 수도 없고, 사람들은 절 유난 떤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다른 사람이 호의적으로 내민 손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 살짝 몸을 돌려 피한다거나 하는 서운한 상황을 연출하고 맙니다.

 

손 사진
섬유근육통 환자는 호의로 다가오는 손이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난감한 점은 섬유근육통 환자들의 공통점일 텐데, 바로 누가 봐도 꾀병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제 경우에 통증은 이런 식으로 찾아옵니다.

컨디션이 좋아서, 진통제가 잘 들어서 사람들과 하하 호호 웃고 있다가 갑자기 칼로 푹 찌르듯이 통증이 오는 게 아니라, 칼로 등을 뱀을 그리듯 구불구불 긁으면서 "너 곧 통증이 닥칠 텐데 준비해"라는 식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면서 등 안에 뭔가 꿈틀거리며 지나가는 듯 (옷 안이 아니라 등 안) 몸이 뒤틀립니다. 

 

이럴 땐 본격적인 통증이 시작되기 전에 진통제를 추가로 먹고 귀가를 하거나, 집이라면 얼음팩을 머리에 싸고 침대에 누워 자려고 노력하는 것이 통증을 피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물론 자다가도 통증 때문에 깨지만 그래도 자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니까요.

 

문제는 하하호호 사람들과 웃으며 놀다가 갑자기 몸이 안 좋다고 귀가를 하면 천상 꾀병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심지어 그 상황이 다 함께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백 퍼센트 꾀병을 핑계 삼아 도망가는 무책임한 사람처럼 보이겠죠. 게다가 귀가해야겠다고 말하는 당시엔 통증이 예고되는 단계라서 누가 봐도 멀쩡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섬유근육통 환자가 꾀병으로 보여서 괴롭다는 말을 하고 있다
섬유근육통을 다룬 프로그램의 한 장면, 환자의 말에 공감이 된다

 

심지어 가족에게도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있으니 주변에서 그렇게 보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가족들도 병에 대해 알고 있지만 투병기간이 길어지면 병의 디테일한 부분들은 잊어버리게 됩니다. 

몸이 안 좋아서 집안일을 못 돕거나 그럴 땐 제가 말해도 병을 핑계 삼아 피하는 것처럼 보여서 되도록이면 한계까지는 참고 무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곤란한 상황이 생깁니다.

당장 침대로 직행하지 않으면 안 될 때까지 참고 있다가 한계가 느껴져서 당장 누으려는데 저 멀리서 너무 피곤하고 힘든 목소리로 엄마가 뭘 좀 가져다 달라고 한다거나 하면...ㅠㅠ

 

전 저기까지 걸어갔다 와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지경인데 아프니까 이해해달라고 하기엔 엄마도 피곤하고 힘들어서 짜증 난 목소리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을 할까요?

그냥 잠깐 아프고 말면 참으면 되는데 이 병은 참은 것들이 쌓여서 뒤에 더 크게 통증이 터지는 지라 그게 두려워 발이 잘 안 떨어집니다.

 

 

이크, 점점 푸념이 되어가고 있네요 😅

섬유근육통이란 병의 통증에는 병 자체의 통증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또다시 통증이 오는 악순환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주변에 섬유근육통 환자가 있다면 이런 힘든 점을 이해해주세요. 이해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정말 고마워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