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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고양이😺 19마리

아기고양이 몽이가 건식 복막염 진단을 받았다

 

 

우리 집에는 반려동물이 많다. 

고양이 19마리, 댕댕이 1마리가 함께 살았다.

 

그러다 좁은 집에 고양이가 많아지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서 아빠 가게를 확장하면서 고양이 방을 꾸며 5마리를 가게로 데려갔다.

그래서 현재는 고양이 14마리, 댕댕이 1마리와 함께 산다.

 

모두 길거리에서 구조된 아이들이다.

한쪽 눈이 없는 아이도 있고, 척추뼈가 부러져 하반신이 마비된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키우고, 구조한 아기 고양이들은 입양을 보내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입양이 잘 되진 않았고, 그렇게 입양을 못 간 아기 고양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우리집에서 함께 산다.

 

고양이가 10마리를 넘어가자 가족회의가 열렸다.

우리가 돌보는 반려동물의 한계점에 도달했음에 합의하고 더 이상 고양이를 구조해서 집으로 데려오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 후로 사정상 또 19마리까지 늘었는데 마지막으로 구조되서 온 아이가 '몽이'다.

 

 

 

고양이 몽이 사진
똥꼬발랄해진 몽이

몽이는 엄마와 형제로 보이는 고양이 시체 옆에서 홀로 목이 터져라 울고 있었다.

얼굴은 엉망이었다. 허피스가 심해서 고름같은 물눈꼽이 말라 눈을 뜨지도 못하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도망도 못 가고 쌕쌕거리고 있었다.

 

얼마 못 살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에서, 조금이라도 배부르게 보내주고 싶어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눈곱을 닦아주고 밥을 먹이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반전이 생겼다.

 

이 녀석... 무지개 다리는커녕 엄청 활발해졌다. 

이주일이 지나자 똥꼬발랄하게 우다다다 뛰어다니면서 형아들 고양이를 괴롭혔다.

먹을 것만 보면 멧돼지 돌진하듯 뛰어와서 형아들꺼며 전부 다 뺏아먹을 정도로 식욕도 왕성했다.

 

 

 

엄마와 몽이
엄마와 몽이 (뽕실한 배가 포인트!)

 

그래서 고다에 입양을 보내는 글을 작성했다. 제발 부디 좋은 집사님께서 연락 주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때는 아기 고양이들이 쏟아지는 봄이었고, 단 하나의 연락도 오지 않았다.

우리 몽이 예쁜 치즈냥에 꼬리도 쫘악 뻗어 늠름하고 순해터졌는데... ㅠㅠ

 

결국 그렇게 입양을 기다리다 포기하고 우리집 식구가 됐다.

사람들 손이 갈 때는 밥 줄 때 뿐이었다. 나머진 혼자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형아 고양이들이 다 키워줬다.

 

 


 

 

그러다 3주쯤 전, 재채기와 콧물을 흘리며 감기증상을 보였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감기약을 지어왔고 꾸준히 약을 먹었다.

 

감기 증상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 대단하던 식욕이 감소하고 활동량이 줄었다.

그때까지도 감기 때문인 줄 알았는데 며칠 전부턴 잘 안 먹고, 쉬를 누운 자리에서 그대로 했다.

 

며칠 전인 토요일 오후, 아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갔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몸으로 막으며 몽이 순서를 기다렸다.

주변에 다른 동물환자들은 다들 명랑한데 몽이만 가방 안에서 힘겹게 쌕쌕이고 있어서 마음이 더 아팠다.

 

수의사 선생님은 먼저 피검사를 해보고 이상 없으면 질병 키트로 검사해보자며 피검사를 먼저 했고, 그 결과는...

건식 복막염이 의심된다고 하셨다.

일단 아이 몸무게가 2주전과 전혀 늘지 않았으며 황달 수치, 백혈구 수치, 간수치가 전부 안 좋고 복막염을 결정짓는 단백질 수치가 0.4면 확정인데 몽이는 0.5라고 했다. 0.1만 떨어져도 확정이기 때문에 건식 복막염인 것 같다고 하셨다.

 

 

 

올해 초, 습식 복막염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백설이

복막염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넌 애들이 몇이더라...

복막염이란 병을 처음 알려줬던 보리를 시작으로 여러 마리의 구조된 아기 고양이들이 복막염으로 떠나갔었다.

모두 습식 복막염이라 배에 복수가 차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떠난 아이는 올해 초, 백설이었다.

 

건식은 처음이라 알아보지 못해서 몽이에게 미안했다.

몽이도 떠나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GS441524라는 복막염 치료제가 있다며 알려주셨다.

그리고 이 특별한 약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해주셨고, 난 이 구하기 힘든 약을 구할 방도를 찾았다.

 

 


 

 

오늘 몽이는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어제만 해도 걸을 때 덜덜 떨면서 걷고, 그저 웅크리고 있었는데 오늘은 반듯하게 잘 걷고 밥도 달라고 애옹 거린다.

식욕은 부진했지만 캔에 사료를 잘게 잘라 비벼주니 그나마 좀 먹고 물도 많이 먹었다.

그리고 나더러 만져달라고 발라당~을 시전하며 아픈 와중에도 애교를 부린다. 

좀 만져주니 이제 베란다로 나가 햇빛을 맞으며 식빵을 굽는다.

 

문득 상태가 좋아져서 복막염이 맞을까 의심이 됐다.

우리 집에서 복막염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아이들은 계속 상태가 나빠지고 식욕이 떨어졌는데 몽이는 좀 다른 것 같았다. 습식과 건식의 차이일까?

 

의사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설명하니 선생님은 그래도 단백질 수치가 너무 낮은 게 복막염일 확률이 높다며, 오늘 컨디션이 좋으면 일단 병원에서 지어준 간보호제와 식욕촉진제를 일주일간 먹이고 토요일에 다시 피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앉아서 엄마와 같이 건식 복막염에 대해 검색해봤는데... 다른 집사들의 후기를 볼 수록 몽이가 건식 복막염이 맞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어서 몽이에게 신약을 투여해주고 싶다.

부디 건강해지자 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