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플레이에서 HBO 드라마 <체르노빌>을 스트리밍 한다는 소식에 왓챠플레이를 결제하러 들어갔더니 이미 다달이 결제가 되고 있더군요. 제가 예전에 <굿닥터>를 보려고 구독했다가 해지를 깜빡했던 모양입니다... 제가 이렇죠, 뭐 ㅠㅠ
먼저 HBO 드라마 <체르노빌>의 트레일러 영상을 보시죠.
Chernobyl (2019) | Official Trailer | HBO
https://www.youtube.com/watch?v=s9APLXM9Ei8
트레일러와 제목에서 아시다시피, 이 드라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다루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체르노빌 폭발이 있고 2년 후, 한 남자가 허름한 아파트에서 독백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며 시작됩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발레리 레가소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조사위원회 위원장이자 물리학자였고 체르노빌의 진실을 세상에 알린 사람입니다.
KGB의 감시를 피해 진실을 담은 카세트테이프를 밖에 숨기는 데 성공한 그는 집으로 돌아와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는 덤덤하게 겉옷 입은 다음 목을 매고 자살을 합니다.
그리고 커다랗게 뜨는 드라마 제목, CHERNOBYL.
이 다음부터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장면부터 시간 순으로 진행이 됩니다.
다큐멘터리처럼 시간 순으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이후 어떻게 수습이 되는지 과정을 생생히 해부하듯이 그려낼 뿐입니다. 마지막 5부에 가서야 다시 시간을 되감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전으로 돌아가서 왜 폭발이 일어났는지를 알려주죠.
이 드라마에는 극적인 효과 장치가 필요 없었습니다.
그저 일어난 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싹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니까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자 방사능 보호장비도 갖추지 않고 파괴된 노심으로 진입하는 소방관들.
"이게 뭐지?"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노심에서 폭발한 흑연을 손에 쥐는 소방관의 모습.
주변 화재 진압은 끝났으니 이제 노출된 노심 옆의 지붕으로 올라가라는 소방관의 명령.
체르노빌 발전소가 보이는 인근 마을의 사람들은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구경을 합니다.
심지어 유모차를 끌고 나오고 아이를 안고 나온 가족도 있습니다.
방사선이 공기를 이온화하는 불꽃의 모습이 아름답다 말하고 곧 발전소로부터 재가 날아오자 아이들은 눈을 맞는 것 마냥 기뻐합니다.
지금의 우리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2번의 사고를 겪으며 방사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지만 이 당시 소련의 주민들은 무지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에 대한 공포를 우리는 알고, 저들은 모르는 이 갭만으로도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분노를 일으킵니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과도하게 원자력 발전소를 무리하게 가동한 자에게, 그리고 모든 게 잘 수습되고 있다고 상부에 거짓으로 보고하는 자와 관료주의, 나아가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또 다른 위협을 방관하는 모습에 말이죠.
노출된 노심 옆의 지붕으로 진입했던 소방관 중에 바실리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별 일 아닐 거라며 발전소로 향했었고 피폭 당한 뒤 모스크바 제6 병원으로 옮겨집니다.
바실리의 아내는 남편을 찾아다니다 결국 남편을 찾았고, 그저 떨어져 있으라는 간호사들의 조언을 무시한 채 남편과 포옹을 하고 손을 잡고 접촉을 합니다. 그리고 말하죠, 임신했다고...
피폭당하면 어떻게 되는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호자에게 설명할 시간이 없었던지 방사능에 무지했던 당시 소련 국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피폭당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진행과정을 말로써, 특수분장을 한 영상으로써 알려줍니다.
죽어가는 과정 또한 끔찍했지만 죽을 때의 모습은 이미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습니다. 차마 끔찍해서 첨부할 수 없었습니다만 궁금하신 분은 IMBD 체르노빌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임신했던 바실리의 아내는 딸을 출산했는데 4시간 만에 사망했습니다. 원래 남편과의 접촉으로 바실리의 아내가 피폭당해 사망했어야 하는데 임신한 뱃속의 태아가 방사능을 모두 흡수해버렸던 것입니다.
공포와 분노에 이어 연민까지, 세 가지 감정을 한꺼번에 자아내는 장면들도 있었는데요, 바로 사고를 수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지붕의 흑연을 노심 쪽으로 떨어뜨려야 하는데 로봇을 사용하자니 회로가 방사능 때문에 불타서 구제불능이 되자 소련은 바이오 로봇, 즉 사람을 동원하기로 합니다.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없이 군인들이 삽을 들고 옥상으로 뛰어 들어가 90초 동안 엄청난 방사능을 내뿜는 흑연을 삽으로 퍼서 떨어뜨리고 돌아와 교대를 합니다.
아무런 배경음이 없이 그저 군인들의 숨소리뿐이었지만 엄청난 공포를 자아냈던 장면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희생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우라늄이 모래를 녹여 용암을 만들고, 이 용암이 수조에 찬 물과 만나 엄청난 열폭발을 일으키는 것을 막으려면 사람이 직접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을 헤엄쳐 들어가 직접 밸브를 돌려 수조의 물을 빼는 방법뿐이었습니다.
구조를 잘 아는 직원들 셋이 자원해서 들어갔는데 방사능에 손전등은 다 고장 나지만 결국 물을 빼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 3명의 영웅이 방사능으로 죽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2명은 치료받아 살았다고 하네요.
또한 노심 내부의 연료가 지하수에 스며드는 걸 막으려면 노심 온도를 낮춰 용해를 막아야 했습니다.
그러려면 아래에 굴을 파 들어가 액화질소 열 교환기를 설치해야 했는데 지면의 균열을 최소화하려면 이 역시 사람이 직접 굴을 파야 했고, 이 일에는 광부들이 동원됐습니다.
작업이 완료된 후에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조차 모르지만 광부들은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해 희생정신으로 뛰어들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합니다.
직접적인 수습 외에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떨어진 곳에서도 수습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사고를 축소시키고 왜곡하는 동안 국민들을 방관했었지만 뒤늦게나마 사람들을 피난시켰고, 남아있는 동물들은 가축, 반려동물, 야생동물 할 것 없이 모두 사살해야 했습니다.
숲도 다 갈아서 엎어야 했고 모든 수습을 위해 대략 75만 명의 인력이 필요했죠.
이러는 와중에도 위대한 소련의 기술력에 흠이 나선 안된다며 해외로 쉬쉬하려고 했지만 스웨덴에서 낙진이 감지되면서 해외에도 알려지게 됩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한 건 인재지 기술의 문제가 아닌 걸로 공식 발표됐습니다만, 사실은 기술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조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발레리 레가소프의 동료가 사고가 있기 훨씬 전에 논문으로 원자로 기술의 결함을 지적했고 개선을 요구했었지만 정부는 기술의 개선보다는 그를 매장시키는 쪽으로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논문은 비공개가 됐고요.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과 기술의 결함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조사위원회 위원장에게조차 KGB에서 감시가 붙었습니다. 어이없는 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기술인 RBMK 원자로가 체르노빌 폭발 후에도 16개나 가동 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의 체르노빌 폭발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나라의 자존심이 우선이었던 것이죠.
미국과의 팽팽한 냉전시대에 위대한 소련의 기술의 흠을 알릴 수 없어 원자로 개선은 하려고 하지 않았고, 조사위원회 위원장이자 물리학자였던 발레리 레가소프는 이 사실을 알리려다가 KGB로부터 감시당하며 은닉하고 살게 됩니다.
다시 드라마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발레리 레가소프는 비록 자살을 했지만 테이프로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 성공해서 결국 소련 정부는 기술결함을 인정하고 원자로를 개선하게 됩니다.
What is the cost of lies?
거짓의 대가는 무엇일까요?
발레리 레가소프가 처음과 마지막에 묻는 말입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거짓을 진실로 믿는 건 문제가 아니나, 정말 위험한 건 거짓을 계속 듣다보면 진실을 보는 눈을 잃게 된다고 말입니다.
이게 드라마 <체르노빌>이 던지고 싶은 메세지가 아닐까요?
<체르노빌>을 보고싶으신 분들은 왓챠플레이에서 보실 수 있으니 꼭 보셨으면 합니다.
왓챠플레이도 넷플릭스처럼 첫달 무료인거 아시죠? 한달 후에 필요 없으시면 꼭 해지하는 것도 잊지마구요 ^^
아니면 저처럼 다달이 결제됩니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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