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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일상적인 이야기

새책 같은 중고를 보내주고 중고 같은 새책을 판매하는 알라딘 온라인 서점

 

난 종이책보다 전자책(EBOOK)을 좋아한다. 

어쩌다 보니 리더기가 5대를 가지게 됐고 전자책도 리디북스에만 1,500권가량 소장하고 있다.

(알라딘과 예스에 있는 책도 꽤 되지만 이쪽은 거의 만화책이라...)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 쪽을 선호하는 편이긴 한데 오직 독서만은 예외다.

 

전자책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읽을 때의 편의성 때문이다.

전자책과 종이책, 둘 중 어느 쪽이 한 권이라도 더 책을 읽게 하는가?라고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종이책과 전자책
종이책과 전자책(EBOOK)

 

 

난 전공 때문인지 수평이어야 할 액자가 비뚤어졌다거나 집중하며 TV를 보는데 시야 안에 다른 물건이 들어온다거나 이런 것을 잘 못 견디는 편이다.

잠을 잘 때도 아래에 깔린 이불은 구김 없이 쫙 펼쳐져있어야 하고 모니터 받침대의 끝과 끝은 거의 비슷한 길이만큼 벽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 

유난스럽긴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진 않으니까 뭐. 나도 고치고 싶지만 고쳐지지도 않고.

 

이 성격이 종이책에도 적용이 된다.

종이책은 반듯해야 하고 구김이 없어야 하며,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줄을 긋는 대신 플래그 마커를 사용해도 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플래그 마커를 떼면 스티커의 점성이 종이에 남게 된다. 포스트 잇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엔 진득한 점성을 지우개질로 지워줘야 한다)

딱딱한 북라인 마커는 잘못하면 책 페이지 가장자리를 상하게 할 수 있다. 

결국 이러면 책을 모시듯이 볼 수밖에 없다.

 

 

구겨진 채 버려진 책
책이 구겨지면 내 마음도 구겨져...

 

 

그러다 보니 종이책으로 독서할 때 내 마음이 불편하다.

페이지 한장 한장 넘겨 읽는 도중에 책 모퉁이에 무게가 실려 찍히진 않았나 살펴보는 내가 생각해도 질리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맘 편히 책 내용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종이책은 사자마자 포장을 한다. 두꺼운 책 포장용 비닐을 이따만큼 사다 놓고 종이책을 살 때마다 책이 상하지 않게, 책에는 테이프를 붙이지 않고 포장비닐끼리만 테이프를 붙여가며 포장을 한다. 그러면 종이책을 읽을 때 좀 막 다뤄도 마음이 편하다.

 

 

 

딴 얘기지만 이러면서 핸드폰은 생폰으로 쓴다. 케이스나 액정보호 필름 이런 거 안 붙이고 막 쓴다.

핸드폰을 2년간 잘 쓰고 중고로 팔면서 케이스를 뜯고 비닐을 제거하니 새폰이 되어있는 상황을 보고 나서부터 이렇게 됐다. 난 중고폰 같은 걸 쓰고 새폰을 저렴하게 넘겨주는 느낌이었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와서, 이런 성격이 아무데나 적용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암튼 책에는 적용이 된다.

 

포장과 함께 내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 리더기로 전자책을 읽는 것이다.

마음대로 줄 긋고 메모하고 구겨질 염려도 없으며 언제 어디서건 펼치면 천권이 넘는 책을 마음대로 골라서 읽을 수 있고 심지어 책장에 꽂을 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좋은 건 밤늦은 시간, 침대에서 불 끄고 종이책을 읽을 순 없지만 리더기로 전자책은 읽을 수 있다.

 

 

 

불꺼진 방 침대 위의 리더기
밤에 불끄고 침대에 누워 독서하는 기쁨이란.

 

 

그러면 전자책만 읽으면 될 것인데 이런 나도 어쩔 수 없이 종이책을 사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일단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출판되진 않는다. 빠르게 전자책이 출간되는 경우도 있지만 『총, 균, 쇠』처럼 출판된 지 오래됐지만 전자책은 출판되지 않는 책들이 있다. 그리고 내가 종이책을 사면 곧 전자책이 나오는 억울한 경우도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와 『코스모스』가 그랬다 ㅠㅠ

 

그래서 지난주에 『총, 균, 쇠』를 샀다.

 

책을 당일배송도 해주는 시대에 알라딘은 4일에 걸쳐 책을 배송해줬다. (1일에 구매해 5일에 수령함)

이건 이해가 간다. 지금 연휴를 앞두고 있으니 택배 물량이 터져나갈 테니 배송이 미뤄지는 것쯤이야.

 

포장용 비닐을 2장 꺼내놓고 (다른 책도 샀다)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를 뜯었는데... 아...!

내가 이러려고 양장으로 샀나 싶은 겉표지 가장자리가 우글우글 찌그러진 <총, 균, 쇠>가 들어있었다.

보호비닐도 없이 이리저리 조금씩 움직이며 겉표지가 밀리면서 콕콕 부딪히며 구겨져있었는데 이건 양장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건 이해할 수가 없다. 책 아래에 찍힘이라니, 이렇게 찍힘이라니! 

 

 

 

책 하단 두께가 찍혀져있다
한장 한장 손끝으로 펴주다 열받아서 찍은 사진

 

 

택배 상자에서 이 책을 꺼내서 그대로 들고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가서 팔면 '최상' 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

중고 상태에 "하단에 찍힘이 있음"이라고 등록되고 상태 '상'으로 등록되는 건 아닐까?

 

 

웃긴 게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최상> 등급의 책을 사면 정말 새책 같은 책이 왔었다.

내가 산 <총, 균, 쇠> 같은 새책이 아니라 정말 깨끗한 말 그대로의 새책.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최상> 등급의 책을 사서 받을 때마다 감탄했다. 너무 깨끗해서 정말 읽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깨끗해서.

 

그런데 알라딘에서 새책을 사면 중고 같은 책이 온다. 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지?

이럴 거면 뭐하러 31,500원이나 주고 새책을 샀을까? 중고책을 살 것을.

 

검색해보니 알라딘에서 책이 구겨져서 와서 나처럼 속상해하는 글이 많이 있었다.

 

 

 

알라딘에서 중고로 구입한 새책같은 책들
알라딘에서 중고로 구입한 새책같은 책들

 

 

배송 중에 책이 움직이는 건 어쩔 수 없고 양장은 겉표지가 있으니 구겨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한다.

하지만 도서정가제로 책값이 부담스럽게 비싸진 마당에, 책 보낼 때 뽁뽁이로 둘러서 테이프 한번 발라 움직임을 고정시키고 택배 상자 남는 부분에 파손방지 포장제를 넣는 게 그렇게나 힘든 일일까?

양장의 겉표지가 구겨져서 배달되는 것은 정말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양장의 운명일까?

 

 

 

겉표지가 구겨진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작년에 새책으로 구입한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역시 양장의 운명을 맞았다

 

이 와중에 우연히 찾은 작년에 구입한 새책,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찍어둔 사진이다. 모서리 사방이 다 저렇게 구겨져서 속상해서 찍어두고 포장 개선을 해달라는 문의를 남겼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그대로인걸 보면 이제는 그냥 발품팔아 서점까지 가지 않고 무료배송을 받는 값이라고 생각해야 하나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