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알라딘의 책 배송 상태에 대해 포스팅을 했었다.
https://doitbaby.tistory.com/66
이 글을 쓰면서 웃겼던 게, 사진을 업로드하려다 예전에도 똑같은 경험을 한 것을 발견했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사고 손상된 책을 사진으로 찍어서 알라딘 고객센터에 시정해달라고 문의까지 남겼던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고쳐지진 않아 이번에도 사진을 찍어 고객센터에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물류센터에서 미처 책상태를 확인 못 하고 보낸 것 같다며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교환을 하겠냐고 묻길래 교환하겠다고 했다.
교환해준다는데 볼 때마다 속상할 책을 갖고 있을 이유가 있어야 말이지.
추석 연휴가 지나고 배송이 이루어질 거라는 알라딘 고객센터의 말과는 달리 오늘 CJ택배 기사님이 급습했다.
당황했는데 기사님이 문앞에 다 놓고 가버리셨다... 어....... 맞교환이랬는데... ^^;;
문을 열어보니 알라딘 상자에 커다랗게 맞교환이라고 써있었지만, 다른 택배 상자 2개에 가려서 못 보신 것 같다.
암튼 그렇게 새 책을 받았고, 포장을 보니 배가 불룩한 것이 꼭 작은 상자에 책을 넣은 듯하여 또 걱정이 됐다.
그리고 포장을 뜯었는데... 하하하 웃었다, 크게.
상자를 뜯으니 작은 뽁뽁이도 아닌 엄청 커다란 뽁뽁이 포장재에 싸인 책이 보였다.
그 뽁뽁이 포장재를 젖혀보니 이번엔 책이 비닐에 곱게 담겨 있는 게 아닌가. 하.. 하... 하....
과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항상 이렇게 포장해서 보내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는 상품들은 모두 포장이 돼서 판매된다.
편지지도 CD도, 연습장 한 권을 사려고 해도 비닐에 포장되어 있다.
미처 몰랐는데 비닐 한 장에 포장돼있는 책을 보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상품'을 샀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돈을 주고 책을 산 게 아니라 상품을 샀다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만약 책을 두 권 샀을 때, 각 권 포장돼서 받는다면 책도 손상으로부터 안전하고 고객도 상품을 구매한 만족감이 들지 않을까? 비닐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니 제외하고, 친환경 포장재로 말이다.
아모레 계열사에서 화장품을 사면 친환경 포장재가 따라온다.
잘 깨지는 화장품들이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식물 유래 소재를 사용한 종이와 완충제로 감싸져서 배송된다.
박스를 붙이는 테이프도 역시 종이로 되어있다.
크라프트지 같은 갈색 종이로 둘둘 말려서 왔지만 고객인 나는 포장된 제품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포장재도 예뻐서 버리지 않고 내 방 화분을 포장하는 등 잘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샀는데 내 책이 친환경 포장재에 감싸져서 오면 기쁘지 않을까?
책을 두 권 사면, 책을 한 권씩 따로 포장된 채로 받는 것이다.
말이 포장이지, 그냥 접시가 깨지는 걸 방지할 때 신문지로 둘둘 말듯이 책도 그렇게 친환경 포장재로 대충 둘둘 말아 보내는 거다.
대충 둘둘 말면 되니까 시간소모도 적고 물론 포장을 안 하면 더 시간이 아예 안 들겠지만 크게 신경 쓸 일도 아니다 보니 부담도 적지만 이럼으로써 배송 도중에 책이 손상되는 것도 막고, 고객에겐 포장된 상품을 받는 듯한 만족감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꼭 손상된 책을 보내서 속상하다, 배송 도중에 양장은 겉표지가 다 구겨진다, 도서정가제로 서점 이익이 크게 늘었는데 왜 포장재 하나 둘러 보내는 것조차 하지 않냐는 쓴소리를 해야만 이렇게 과대포장이 된 채로 배송받을 수 있다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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