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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일상적인 이야기

정전이 돼서 한전에 신고를 했는데...

 

 

태풍 때문에 하루 종일 비바람이 심하게 내리쳤다.

비바람이 심한데도 집에 먹을 게 없다며 엄마의 명으로 차를 끌고 마트로 갔는데...

아, 마트 전부다 문 닫음...ㅠㅠ

 

그래서 태풍 때문에 비바람이 치는 와중에 차를 끌고 열려있는 소규모 마트를 찾아 헤맸고 결국엔 찾았다.

대충 파킹해놓고 장을 보고 나오는데 우산 들 손이 없어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ㄷㄷㄷ

 

그 와중에 또 스티로폼 박스를 좀 구해오라는 엄마의 명령.

꼭 필요하다는데 아니 이 비바람이 부는 와중에 어디서 구해오라고?!

 

또 차를 몰고 골목을 누비는데 어디서 스티로폼 박스 하나가 날아왔다 ㅋㅋㅋㅋ

내려서 언능 주워서 차에 싣고, 또 가다가 재활용 용품 모아놓은 곳 보이면 차 세우고 내려서 쓰레기 더미 뒤지고...

 

태풍에 내가 이짓을 해가며 구해왔다고 생색을 내니 수고했단 말 한마디 안 해준다. 엄마 미워...

아무튼, 낮에 비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왔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쓰다 보니 서론이 길어졌다.

 

 


 

그리고 일요일 밤, 좀 전에 포스팅 하나를 올리고 한 5분 뒤쯤인가, 갑자기 정전이 됐다.

"우아~ 태풍에 정전된 거 오랫만이야~"라며 신나게 웃으며 금방 전기가 들어올 줄 알았는데 안 들어온다.

 

독서등으로 쓰던 보조배터리+샤오미LED를 거실로 옮겨서 불을 밝혔다.

고양이들은 신나게 우다다를 한다. 귀여운 것들.

 

아빠는 한전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고, 난 한전 어플을 깔고 접속했다.

고객센터에 전화가 빗발치는지 한참을 기다려서야 통화가 됐고 아빠는 아빠대로, 난 나대로 고장 신고를 했다.

 

그리고 아빠랑 마주 앉아 핸드폰으로 검색하며 처음엔 "부산에 천가구가 넘게 정전이 됐대" 이런 내용의 대화를 하다가, "냉장고 괜찮겠지?" 이런 주제로 넘어갔고 최종적으로는 "우리 밥 어떻게 만들어 먹냐..." 이렇게 밥 걱정을 하게 됐다. 집에 밥하는 것들이 전부 전기용품이었다. 인덕션, 전기렌지 등등.

 

먹을 걱정을 하고 있을 때로부터 조금 지나니 온 집안에 다시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길지 않은 정전이었지만 전기의 소중함을 충분히 느낄 정도의 시간은 됐다.

 

다시 컴퓨터 앞에 앉고 조금 지나니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야밤에 누가 전화를 했지?'하고 받았더니 걸걸한 중년 남성분이 받으셨다.

 

"안녕하세요, 한전입니다. 전기 복구 됐나요?"

 

"네, 전기 복구됐어요."

 

"아 예, 정전돼서 죄송합니다."

 

"죄송은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시네요"

 

"네, 감사합니다~"

 

대충 이런 대화를 했는데... 

 

정전 신고를 했다고 전화를 걸어 확인해준 것만 해도 서비스 별점 10점인데, 친절한 목소리로 정전이 돼서 죄송하다신다.

정전은 태풍의 비바람이 일으킨 건데, 기사님이 왜 죄송해요 ㅠㅠㅠㅠ

 

주말인데 태풍 때문에 전국에 8천 가구가 정전이 됐다고 한다.

전부 복구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휴일에, 이 비바람에도 열심히 복구 작업을 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빠른 복구가 됐을 것 같다.

자신의 직업이니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난 전화를 받고, 기사님의 목소리를 듣고 많이 감사했다.

걸걸하면서도 조금은 피곤한 듯 하면서도 친절한 말투여서였을까? 야밤에 전화 한 통으로 마음이 유독 따뜻해졌다.

 

태풍이 어서 지나가서 휴일, 비바람 속에서 일하는 분들이 쉴 수 있길, 그리고 태풍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