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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일상적인 이야기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인가?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은 매월 중순이 되면 설렌다. 

매월 중순이 되면 전자책 할인 쿠폰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예스24에는 궁디팡팡 쿠폰, 알라딘에는 격한 쿠폰, 리디북스에는 십오야라는 쿠폰 행사가 있다.

리디북스의 십오야가 먼저 시작했지만 후발주자인 예스24와 알라딘의 할인폭이 조금 더 크다.

 

그런데, 이번달에 알라딘에서는 격한 쿠폰 발행을 중단했다.

 

 

격한 쿠폰이 중단된다는 알라딘의 설명
알라딘의 격한 쿠폰 이벤트가 중단된 이유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닌 도서정가제 위반 신고 강화.

누군가가 도서정가제 위반으로 신고했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알라딘이 스스로 몸을 사리는 것일 것이다.

 

 

현재 '완전도서정가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처음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때의 취지는 이랬다.

대형서점사와 출판사들의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 때문에 중소형 서점 및 출판사가 죽어나서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도서정가제를 시행한 것이다.

 

취지는 훌륭하다. 그런데 혹시 동네서점 살아난 곳이 전국에 몇 군데나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동네 서점들은 모두 학교 앞에 위치하고 학생들의 교재만을 판매한다. 일반 서적을 판매하는 곳은 대형서점사들의 중고서점이나 교보 같은 대형 서점뿐이다.

 

오죽하면 학생들이 같은 가격에 무료배송을 해주고 포인트도 쌓이는 인터넷 대형서점에서 교재를 단체로 구매했다가 선생님께 혼나고 (왜?) 학교 앞 서점에 가서 사과를 해야 했다는 일화까지 있을까? 도서정가제 참 조쿤?

 

성인 독서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지만 그래, 도서정가제가 일반 소비자들은 모르는 곳에서 좋은 취지가 발휘되고 있다고 치자.

 

 

그런데 전자책은 왜 제한하는 거지?

 


 

몇년 전만 해도 "50년 대여"라고 장기대여 형식으로 전자책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도서정가제로 전자책까지 제한을 걸면서 "50년 대여"는 모든 서점사에서 폐지됐다.

 

"50년 대여"가 폐지되기 하루 전날, 수많은 전자책 독자들이 인터넷 서점에서 쿠폰과 가격 테트리스를 하면서 50년 대여 책을 마지막으로 엄청 사들였다. 나도 이때 <펭귄 클래식 베스트 100>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장기대여 형식이 사라지면서 "90일 대여"만이 가능해졌지만, 50년 대여와 같은 가격으로 90일 대여를 판매하니 사람들이 지갑이 열릴 리가 없다.  그래서 예스24나 알라딘에서는 대여시점이 아닌 다운로드 시점부터 90일을 카운트하는 방식으로 바꿨지만 대여율은 "50년 대여" 때와 비교도 안될 만큼 낮을 것이다. 가격을 낮추던가

 

 

 

 

 

 

전자책 시장은 도서정가제의 돌파구로 월구독 서비스를 시행했다.

리디북스에서는 "리디셀렉트"를, 예스24에서는 "북클럽"을, 교보에서는 원래 "샘"이 있었고 새롭게 "밀리의 서재"라는 구독 서비스가 생겼다.

 

그리고 매월 중순마다 할인쿠폰을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리디북스는 십오야를 꾸준히 시행 중이었고 그 뒤를 이어 예스24와 알라딘에서도 궁디팡팡 쿠폰, 격한 쿠폰이라는 이름으로 쿠폰을 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완전도서정가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런 할인조차 몸을 사리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알라딘은 격한 쿠폰 지급을 중지했으며 예스24와 리디북스는 할인하는 페이지에 아래와 같은 주의사항을 덧붙였다.

 

 

예스24 주의사항
예스24의 주의사항

 

리디북스 주의사항
리디북스의 주의사항

 

 

알라딘을 주력 서점으로 월초에 캐시를 충전해두고 격한 쿠폰을 기다린 사람은 어이없고 화가 날 것이다.

알라딘은 왜 미리 공지하지 않았을까?

 

리디북스가 주력 서점인 나는 이번 알라딘 사태에 위기감을 느끼고 이번 달에 책에 많은 지출을 할 예정이다.

이번 할인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 같은 이유로 이번 달에 지출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분명 꽤 될 것이다.

 

중소형 출판사와 동네서점을 살린다는 취지는 좋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저 책을 읽는 소비자들의 등골을 빼먹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매년 성인 독서율이 감소하고 있고 1년에 책 1권도 안 읽는다는 성인이 40%를 넘는다.

결국은 도서정가제로 오른 가격과 할인 제한으로 죽어나는 사람은 원래부터 책을 읽는 사람들이다.

 

 


 

완전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온라인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10% 할인이 없어진다고 한다. 전자책도 마찬가지다.

중고책 판매가 가능한 시기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난다.

공립도서관에도 적용이 돼서 대출을 할 때마다 해당 작가와 출판사에 저작권료가 지급된다고 한다. 좋은 이야기 같지만 도서관의 한정된 예산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것이다.

 

문체부가 완전도서정가제를 위해 일본에 조사단을 파견했다고 하는데 정작 일본은 전자책에는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고, 도서정가제를 최초로 시행한 프랑스는 발행한 지 2년이 지난 책에는 할인의 제한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소비자에게 좋은 부분은 완벽히 배제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고 강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도서정가제를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

국민들이 모두 하나씩 갖고 있는 핸드폰을 제한하는 단통법 폐지 청원은 가뿐히 20만을 넘겼지만 책을 읽는 인구가 적기 때문에 이번에도 청와대 답변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의 국민들이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청원에 동참해야 한다.

계속 반대하는 소리를 내야한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3076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