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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고양이😺 19마리

몽이 복막염 투병기 - 신약 (GS441524) 투여 28회차, 치료한지 딱 4주된 날

몽이가 복막염 신약인 GS441524를 투여받은 지 정확하게 4주, 28일 되는 날입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에도 우리 몽이는 잘 먹고 잘 놀면서 온갖 말썽은 다 부리는 똥꼬발랄한 캣초딩이었습니다.

새벽에는 1분 1초를 안 쉬고 까불거리는데 보고 있자니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옛날에 노란 치즈 아기 냥이를 엄마가 구조해온 적이 있습니다.

치즈냥을 키우고 싶었던 전 너무 좋아서 '보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이 듬뿍듬뿍 줬었어요.

그렇게 우리 집 식구가 되는구나 싶었는데, 어느 날부터 배가 터질 듯이 빵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밥을 너무 많이 먹었구나?라고 웃으며 넘겼는데 밥을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빵빵해져 있는 걸 보고 이상하게 여겨 병원으로 데려갔었습니다.

 

그때 처음 들어봤어요. '복막염'이라는 병을요.

병원에서는 보리가 습식 복막염이고 치료약이 없어 죽을 거라고 했습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맛있는 거라도 먹여서 따숩게 보내주자고 엄마와 다짐하고 보리에게 맛난 간식들을 건넸지만...

보리는 먹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먹길 바라는 집사의 마음과는 반대로 보리는 조금도 먹지 않게 됐고, 배엔 복수가 차서 터질 듯이 빵빵했고, 그렇게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그 뒤에도 구조돼서 온 아기 고양이 두어 마리가 더 그렇게 복막염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때부터는 엄마가 아기 고양이를 구조해와도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또 죽으면 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엄마가 아기 고양이 밥 좀 주라고해도 거절하고 아예 가까이 가지도 않았어요.

열흘 뒤에도 아무 이상 없으면 그때부터 돌봐주겠다고 하고요. 

엄마가 이름 좀 지어봐라고해도 이름도 짓지 않았죠.

 

그러다 열흘을 넘게 살아남은 아기 냥이가 있어서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탄이'라고.

지금도 저희 집에서 함께 잘 살고 있습니다.

개성 있는 울음소리를 내며 밥 먹고 있으면 올라와 똥꼬를 들이미는 눈치 없는 아가씨죠 ^^

 

탄이 이후로 오는 냥이들은 모두 건강했는지 잘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다자란 성묘인 백설이가 배가 불러왔고 보자마자 습식 복막염임을 알았습니다.

전 습식 복막염이란 병이 너무 싫습니다. 아이도 괴로워하고 먹지 못해 굶어 죽어가는데, 터질듯한 배를 보고 있는 집사 마음도 정말 찢어지거든요...

병원에서 복수를 몇 번씩 뺐지만 아이의 통증만 늘리는 것 같았고, 너무 괴로웠지만 우리보다 더 괴로운 백설이를 위해 안락사를 결정했었습니다.

하지만 안락사하기로 한 날이 오기도 전에, 백설이는 혼자 조용히 베란다에 누워서 눈을 감았습니다.

 

 

몽이가 건식 복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복막염이란 단어에 좌절했지만 한편으로는 '건식'이라는 단어에 안도했습니다.  습식 복막염은 제가 보면서 견딜 자신이 없었어요, 정말로...

 

다행히 이젠 건식이든 복식이든, 지갑만 여유롭다면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신약 GS441524가 잘 듣기만 하면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니까요.

 

한편으론 구할 수 있는 약이 있음에도 주머니가 여유롭지 못해 살릴 수 없어 괴로울 수도 있는 세상입니다.

저도 아직은 몽이 약값을 댈 수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살릴 수 있는 약이 있는데도 제가 능력이 안돼서 몽이를 보내는 날이 올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문득 복막염으로 세상을 떠난 지나간 아이들이 생각이 나서 이야기해봤습니다.

그럼 다시 몽이 얘기로 돌아가볼게요.

 

 

오늘은 신약 GS441524를 제가 놓지 않고 주사기에 담은 채 병원으로 가져갔습니다.

수의사 선생님께 고민을 털어놨어요.

 

GS441524가 산성이라 놓을 때 아프다는 말은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아프지 않게 놓고 싶은데 몽이가 이제 많이 크고 힘이 세져서 아프니까 반항을 한다, 인터넷에서는 약이 차가우면 아프니까 손으로 데워주고 또 주사를 천천히 놔야 덜 아프다고 하던데 천천히 놓기가 힘들다... 뭐 이런 푸념이었죠 ^^;

 

수의사 선생님은 약을 손으로 데워주고 그럴 필요는 없고, 주사도 천천히 놓으면 아이가 가만있지 않을 거라며 빨리 놓는 게 낫다고 하셨습니다. 너무 빨리 놓으면 주사가 터져서 약을 버리게 되니까 안 터질 정도로 적당히 빨리 놓으라고 하셨답니다. 천천히 놓으면 아이도 그만큼 오래 아프니까요.

 

오늘 주사기를 선생님께 갖다 드리니 바늘을 넣고 쓩~ 놓아버리더라고요. 

이렇게 주사 고민은 해결됐습니다. 진작에 여쭤볼 것을.

 

 

그리고 몽이 몸무게를 쟀는데요. 이번에도 늘어서 이제 2.16kg이 됐습니다.

아주 그냥 묵직~해졌습니다 ^^

 

몽이 몸무게 변화표
몽이 몸무게. 헤헷♥

 

일주일 동안 밥 먹이면서 몽이가 너무 살찔까 봐 걱정했는데 적당히 쪄줘서 고맙네요.

몸무게가 많이 늘면 그만큼 신약인 GS441524 도 많이 놔줘야 하니 결국엔 지갑이 걱정 됐거든요.

적당히 쪄준 몽이 녀석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피검사!! 

딱 4주가 됐으니 오늘 나오는 수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몽이 혈액검사표
몽이 혈액검사표

ALB 2.4 / GLOB 6 .............. = 0.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ALB가 3주 만에 드디어 올라갔는데 GLOB도 같이 오르는 바람에 결국 또 0.4 제자리입니다.

이 결과 때문에 수의사 선생님께 이것저것 여쭤봤는데요.

 

병원에 몽이와 비슷한 시기에 신약 GS441524를 치료한 다른 고양이의 경우에는 현재 A/G비율이 0.6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냥이의 고민은 살이 안 쪄서 몸무게가 안 늘어난다는 거였어요. 복막염은 먹고 살이 쪄야 사는 병이라 이건 이거대로 또 고민이 되겠더라고요.

 

저희 몽이는 다행히 엄청 잘 먹고 활발해서 외적으로만 보자면 얘가 무슨 복막염이야 싶을 정도예요.

그런데 수치만 저러니 수의사 선생님도 갸웃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몽이가 활발한 건 분명 약이 잘 듣고 있는 거라며, 예전에 어떤 고양이를 치료한 얘기를 해주셨는데...

이 고양이는 A/G 수치가 낮아서 복막염 진단을 받았고 당시엔 신약인 GS441524가 없어서 그냥 간 영양제와 스테로이드만으로 치료를 했다고 해요.

그런데 A/G수치가 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가 잘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간혹 이렇게 수치가 처음부터 낮은 아이들도 있더라고 하셨어요.

 

몽이의 경우에도 수치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가장 높았을 때가 0.1 왔다 갔다 하는 거라면서...

절 위로하려는 말씀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조금 더 치료하며 지켜보자고 하십니다.

 

 

 

추석을 앞두고 신약 GS441524를 두 병을 더 사두긴 했지만 이다음부터는 금전적인 압박이 와서 걱정이네요.

몽이 약값을 위해서 뭘 좀 내다팔아야겠어요. 에고 ^^;

 

다음 주에는 분명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봅니다.

 

 

 

 

+ 보너스)

우리 몽이는 집사의 마음은 알고 자기 꼬리 잡고 노는 걸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