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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고양이😺 19마리

고양이끼리의 괴롭힘을 초기에 막아야 하는 이유 - 호야 수술하다

 

푸들만 3마리인 집에 어쩌다 고양이 한마리가 구조되고, 그렇게 구조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입양이 안된 아이들은 저희집 식구가 되서 복작복작하게 살고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앙숙이라지만 저희집 멍멍이들은 고양이들과 서로를 인정하고 잘 지냈고, 하나 둘 구조되서 늘어나는 고양이들끼리도 서로 의지하며 친하게 잘 지냈어요.

 

집에 장애묘들도 있는데 절대 장애가 있는 아이들, 하반신이 마비된 봄이나 한쪽눈이 없는 보배를 괴롭히지 않았고 새끼 고양이가 들어와도 새끼라는 것을 알고 피하면 피했지 공격하는 경우는 없었답니다.

 

 

 

탄이 봄이 쭈쭈 고양이 사진
사이좋게 탄이, 봄이, 쭈쭈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우리집 최고의 애교냥이자 무릎냥인 바둥이가 아이들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공격 대상은 쭈쭈와 별이, 둘다 치즈냥이입니다.

 

 

 

고양이 바둥이가 아빠 배 위에서 자는 사진
아빠 배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바둥이

 

 

바둥이는 아이들을 호랑이가 먹이감을 사냥하듯 공격하고 그때마다 아무리 혼을 내도 아이들을 괴롭히는 건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멘탈이 약한 쭈쭈는 바둥이가 있으면 숨어서 나오지 않았고, 바둥이가 없을 때만 나와서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는 상황이 되버려서 쭈쭈의 안정을 위해서 안전공간을 확보해줘야했어요.

 

안방에는 방묘문을 설치해서 바둥이를 격리했고, 쭈주는 안방이 안보이는 작은 방에 화장실과 쉴 곳을 따로 마련해줘서 안전공간을 확보해줬습니다.

그리고 서로 번갈아가며 거실과 베란다에서 놀게끔 해서 마주치지 않도록 했어요.

 

 

(이게 세이펫 안전 방묘문을 구입하게 된 사연입니다 😓)

 

세이펫 고양이 방묘문 안전문 구입, 설치 후기

고양이 키우는 집사님들 방묘문 다시는 분들 많으시죠? 저희 집의 고양이 출입금지 구역은 딱 한 곳인데 바로 제 방이랍니다. 제 방 입구에 다이소에서 150cmx45cm 네트망을 2개를 세로로 연결해서 문처럼 열고 닫..

doitbaby.tistory.com

 

 

바둥이에게 늘 맞는 쭈쭈 사진
순해터진 쭈쭈, 바둥이에게 반격을 한 번도 못한다

 

 

바둥이는 아둥이와 함께 태어난지 며칠 안돼서 눈도 못뜨고 탯줄이 달린 채로 구조됐던 아이랍니다.

 

엄마와 제가 3시간씩 교대로 초유를 먹이며 키웠으니 다른 애들도 예쁘지만 특히나 더 이쁘더라고요.

결혼도 안 한 제가 자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하고 가끔 생각하게 할 정도로요.

 

바둥이도 눈 뜨자마자 처음 본 세상이 엄마와 저였으니 저희 가족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합니다.

애교냥+무릎냥에 눈만 마주쳐도 '사랑해요~'라는 메세지를 쏴대는 녀석이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니... 너무 속상했어요.

 

 

 

아둥이 바둥이 탯줄 달린채 구조됐던 사진
구조된 꼬물이 세마리, 흰색 몸통에 탯줄이 삐죽 나온 녀석이 바둥이다

 

 

밤에는 거실쪽 베란다문과 안방문을 닫아서 바둥이는 안방과 베란다만 오갈 뿐 거실로 나오진 못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집에 발을 손처럼 쓰는 고양이가 있는데 이름이 '미우'예요.

 

미우 녀석은 무거운 베란다 문도 열어버립니다... 😓

그럼 바둥이가 거실로 나오고 쭈쭈는 나 죽는다고 소리를 지르고...

미우 때문에 새벽에 자다가 온 가족이 달려나오는 사태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심지어 미우는 베란다 문을 잠궈도 엽니다... 이 골때리는 시키...

베란다의 문 네짝을 모두 잠궈야만 못 열기에 여름에도 베란다 문을 꽁꽁 닫고 자야했어요. 

 

 

 

손 잘쓰는 고양이 미우 사진
왠만한 문은 다 열어버리는 미우. 달린게 발인지 손인지...

 

 

격리를 시켜서 이제 바둥이가 쭈쭈와 별이를 공격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서로 격리시켜서 마주칠 일이 없을 뿐더러 마주치더라도 방묘문을 사이에 둔 상태라 쭈쭈는 안전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저희 가족이 안심하던 찰나에... 바둥이가 갑자기 호야를 공격했습니다. 

이때 바로 호야의 안전을 확보해줬어야했는데... ㅠㅠ

 

호야와 바둥이는 한 공간에서도 잘 지냈고 사실 호야가 바둥이를 키우다시피 한 사이라서 설마 바둥이가 호야를 심하게 공격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바둥이를 혼내는 걸로 끝냈었죠.

 

 

 

아둥이, 바둥이의 엄마 노릇을 했던 호야

 

 

그러다 어느날 새벽에 호야가 쉬를 지리며 도망을 가길래 이상하게 여기고 살펴보니 호야의 다리에 상처가 있었습니다.

 

제가 매일 호야에게 심장약을 먹이면서 작은 털빠짐까지고 놓치지 않고 캐치했었는데 왜 다리의 상처를 못봤을까요...

다리의 상처는 호야가 그루밍을 해선지 깨끗했고 약간 베인것처럼만 보였지만 만져보니 주변이 부어있었어요.

 

바로 호야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상처가 심하다며, 안에 농이 차있는데 이걸 힘을 줘서 짜내야하니 많이 아플거라고 했습니다.

호야가 반항할 것을 대비해서 간호사 2명을 호출해서 붙잡게 했고, 호야 얼굴을 쓰다듬는 제게는 손을 물릴 수 있으니 뒤로 물러나라고 하셨어요. 

 

단단히 대비를 한 다음, 거즈를 두껍게 다리 위에 올리고 힘을 줘서 농을 짜냈습니다.

 

그런데 대비가 무색하게 그렇게 여러번 농을 짜내는 동안 호야는 미동도 없고 신음조차 안했어요.

수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들이 엄청 아플텐데 고양이가 너무 순하다고 거듭 얘기하는데 그게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울 것이지 생상처를 헤집어 속살에서 하얀 염증을 겸자로 떼내는데도 참고 가만이 있는 호야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농을 제거한 후의 호야
농을 빼고 약을 기다리던 중에 찍은 호야, 눈이 촉촉하다

 

 

수의사 선생님은 일단 항생제로 염증을 가라앉혀보고 안되면 수술을 해야한다며 약을 지어주셨지만 3일만에 농이 다시 차서 결국 수술을 하게됐습니다.

 

 

 

수술을 끝낸 수의사 선생님의 말은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호야는 그냥 물린게 아니라 물고 막 흔들어서 속 살을 다 헤집어 놨다고 합니다.

더 충격적이었던 말은, 물린게 다리라 다행이지 가슴이었으면 호야는 죽었을 거라고...ㅠㅠ

 

 

염증이 심해서 썩은 부분까지 있었고 염증을 전부 제거하면 근육이 손상되서 다리를 절게 되므로 전부 제거를 못했다며 남은 부분은 항생제로 가라앉혀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도 염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다시 오픈해서 근육쪽 염증을 제거해야하는데 그러면 호야는 다리를 절게 되겠죠.

 

 

 

다리 아래쪽이 불룩한 호야 사진
집에 온 호야, 다리 아래쪽은 농을 제거하지 못해 불룩하다

 

 

병원에서 너무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엄청나게 못난 집사가 된 기분이었고 아니, 실제로 그렇죠.

 

지금까지 병원에서 "보통 보호자분들은 이렇게 초기에 아이들이 아픈 걸 잘 캐치 못하시던데 아이들을 잘 관찰하시네요." 이런 말을 종종 들었던 지라 나름 아이들을 잘 돌본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 자부심은 산산히 부서지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이해가 안되더군요.

 

호야에게 매일 약을 먹이면서 안이 곪아 썩을 때까지 상처를 캐치못한 제 자신도 이해가 안되지만, 어떻게 다리가 저 지경인데 호야는 다리를 절지도 않고 점프도 잘하면서 다닐 수가 있었을까요?

 

상처를 벌려 헤집어도 미동도 안하고 참는 아이라 평소에도 그렇게 참았던 거겠죠... 

글을 쓰는 지금도 벽에 머리를 박고 싶은 심정입니다. 에휴...

 

 

 

고양이를 많이 키우지만 방관하며 키우진 않아요. 절대로요.

 

매일 호야, 탄이, 별이는 심장약을 제가 직접 먹이고 있고, 몽이도 복막염 신약 GS441524를 제가 직접 주사맞히고 있고 집에 털뭉치 굴러다니지 않도록 아이들 자주 빗겨주면서 몸을 요리조리 잘 살피며 잘 케어한다고 자신했는데...

아이들이 많아서 저도 모르게 놓친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물먹는 호야사진
물 먹는 호야. 깔때기 때문에 정수기 물을 못 먹는다

 

 

약은 전에 먹던 항생제만 그대로 먹이면 된다고 하셨지만 아플 것 같아서 진통제를 추가해서 다시 지어받아 왔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진통제까진 필요없다고 하셨지만 생살을 헤집어놨는데 안아플리가요.

 

 

매일 캡슐로 된 알약을 먹는 애들이 있어서 알약을 쉽게 먹이는데 깔때기를 쓰고 있으니 약을 먹이기가 힘들더군요.

호야에게 항생제를 먹이려다 실수로 알약을 입 근처에 떨구고 말았어요.

 

그런데 호야가 입에 닿으니 그냥 자기가 삼켜버렸어요.

평소에 약를 매일 먹으니까 약인 것을 알고 먹어야되겠지...하고 알아서 먹은 거예요. 호야가 이런 앱니다 ㅠㅠ

 

 

 

얼굴이 반쪽이 된 호야
얼굴이 반쪽이 된 호야

 

 

수술한지 며칠 안됐지만 다행히도 상처쪽 부기는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항생제가 효력을 좀 발휘하는 것 같아 다행이긴 한데 진통제 덕분인지 호야가 여전히 점프를 하네요.

제발 점프하지 말라고 해도 하니 속상합니다. 😢

 

 

 

이번 일로 집사로써 반성을 많이 하고 고양이끼리의 괴롭힘에 대해 다시 공부하는 중입니다.

EBS의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에서 고양이끼리 공격하는 것과 관련된 회차를 찾아서 구입해서 보는 중입니다.

 

어느정도 정리되면 다른 집사분들께도 도움이 되도록 관련 주제로 포스팅을 할 계획이예요.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고 참고해서 다시는 아이들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하지 않을 겁니다.

 

당분간은 수요일은 몽이를, 토요일은 호야를 데리고 부지런히 병원을 다녀야겠네요.